한식, 현지화 - 표준화로 세계입맛 잡기

  • Array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빈티지 도입한 막걸리… 치즈 느낌 나는 두부…

“매운 것을 먹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다.” 중국의 유명 배우 쩡즈웨이(曾志偉)는 한국의 매운 라면을 먹어야 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 중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농심 ‘신라면’의 TV 광고 내용이다. ‘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을 패러디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은 표준화된 맛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세계 어디서나 같은 맛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철저히 현지화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처럼 입안이 얼얼하게 매운 맛을 즐기지 않는 중국인들을 ‘한국의 매운 맛’에 빠져들도록 하려고 중국인의 특성에 맞게 광고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표준화와 현지화를 통해 우리 입맛을 세계에 전파하려는 식품업계의 움직임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본격 가동되고 있는 정부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와 발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 세계 식품 규격에 눈높이 맞춘 막걸리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 막걸리를 수출하고자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이달부터 선보인 ‘내고향 막걸리’에 ‘2009 강원도산’ 등으로 빈티지(원료를 수확하고 술을 만든 해)와 테루아(토양과 기후 등의 환경)를 표기했다. 와인과 위스키, 사케(일본식 청주) 등의 고급화 비결이었던 빈티지와 테루아 개념을 막걸리에 도입한 첫 시도다.

신유호 배상면주가 마케팅 본부장은 “도 단위로 행정지역을 구분해 지난해 팔도에서 수확한 쌀별로 막걸리를 빚어 맛을 비교해 봤다”며 “앞으로 토양이나 벼 품종 연구도 진행해 산도와 쓴맛, 단맛 등을 세밀화해 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걸리도 각기 다른 토양과 해마다 다른 기후 및 제조법으로 인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소비자에게 묘미를 준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과 대상㈜ 청정원은 외국인들이 고추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출용 제품에 매운맛과 색도를 등급화해 표기하기로 했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 함량에 따라 순한 맛(mild)부터 약간 매운맛(slightly hot), 보통 매운맛(moderate), 매운맛(very hot), 매우 매운맛(extremely very hot)까지 5단계로 구분한다.

○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

우리 식재료를 현지 입맛에 맞게 가공하기도 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에서 달콤한 고추장 소스를 팔고 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지에서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그룹 인터뷰를 통해 고추장에 대한 인지도는 낮지만 매운 맛에 대한 수용성은 높다는 결과를 얻어 자신감을 갖고 현지 맞춤형 고추장 소스를 개발했다. 국제 식품 규격으로 채택된 고추장의 로마자 표기인 ‘GOCHUJANG’을 제품명으로, 달콤한 맛을 가미해 건강 발효식품으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풀무원 역시 미국 법인인 풀무원USA를 통해 현지인의 입맛과 취향을 고려한 두부를 개발했다. 국내 두부보다 3배 정도 단단하고 단백질 함량도 1.8배 높은 치즈 느낌의 두부와 각종 향신료와 허브 등을 섞어 쫀득쫀득하게 훈연한 두부 등을 샐러드나 고기 대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일본인이 좋아하는 김을 일본인의 기호에 맞게 기름과 소금을 기존 제품의 70% 수준으로 낮추고 식감을 부드럽게 한 제품도 수출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술도 이젠 ‘웰빙’…전통 막걸리 제조방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