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농산물 적정가 매겨 작년 4904억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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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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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25일 열리는 수입농산물 ‘정보검증회의’
현지가-국내가 비교
합리적인 가격 결정
농가 매출증대 유도
관세 수입도 늘려

“보관 비용이 더 드는 냉동마늘이 신선통마늘보다 싸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주 현지 시세는 지난달보다 올랐습니다. 또 지금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 편법 수입의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25일 올해 첫 ‘해외수입정보 검증회의’가 열린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농수산물유통공사)센터 3층 대회의실. 참석자 10여 명은 고추, 마늘, 양파 등 27개 주요 수입 농산물의 가격표를 앞에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매달 25일 열리는 이 회의에서는 주요 수입 농산물의 수입 기준 가격을 결정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세청, aT 관계자와 국내생산농가 대표, 우수 수입업체 등이 참석해 결정한 가격은 한 달 동안 관세청이 관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수입 기준 가격을 결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를 적게 내려는 목적으로 실제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할 때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은 품목에 따라 관세가 수입 가격의 5∼270%에 이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신고해 관세를 덜 내면 폭리를 취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aT 측은 “관세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정상적인 가격보다 싸게 물량을 내놔 건전한 수입상이나 국내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검증회의에서는 12개국 55명의 해외 모니터요원이 보내는 현지 가격 정보와 국내 우수 수입상이 조사한 정보, 그리고 국내외 aT센터에서 파악한 정보를 취합해 기준 가격을 결정한다. 세 정보가 다를 때는 날 선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날 회의에서 aT가 냉동마늘의 가격을 지난해 12월보다 5%가량 낮게 제시하자 한국마늘생산자협의회 강정준 회장은 “국내 가격과도 차이가 있고, 이 가격으로 수입마늘이 들어오면 국내 농가가 타격을 입는다”며 반발했다. 수입업체도 “우리가 파악한 중국 산둥(山東) 성 현지 가격도 이보다 더 비싸다”며 자료를 제시했고, 결국 기준 가격은 지난해 12월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렇게 결정된 기준 가격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수입 신고를 하면 관세청이 즉시 조사에 들어간다. 관세청은 “검증회의에서 결정한 가격보다 10∼20% 이상 낮게 신고하면 현지 수입업체 조사 등을 통해 실제 수입가를 파악한 뒤 세금을 추징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준 가격이 외부로 유출되면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정보는 보안에 부친다. 이날 배포됐던 심의자료도 회의가 끝난 뒤 모두 회수됐다.

기준 가격 결정제도는 정부에는 관세 수입 증가 효과를, 국내 농가에는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다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기준 가격 결정으로 인한 직·간접적 효과는 4904억 원에 달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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