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저속에도 불안한 차… 고속에도 편안한 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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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레이서가 아니라도 운전자라면 누구나 갖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운전면허 학원을 나온 뒤에는 막상 배울 곳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운전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직접 경험을 쌓기도 하지만 좀처럼 만족되지 않죠. 일부 남성 운전자는 운전경력을 내세우며 스스로 베테랑이라고 자만하는 경우도 있지만 막상 옆에 타보면 동승자를 불안하게 하며 실력이 형편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난폭하게 운전하는 것을 잘하는 운전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운전을 잘하려면 먼저 차의 ‘하중이동’이란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운전을 하면서 체험적으로 조금씩 터득하고 있지만 직접 머리에 이 개념을 떠올리면서 운전을 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실력향상 속도가 월등히 빠릅니다.

자동차는 4개의 스프링 위에 떠있는 물체로 보면 됩니다.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전후좌우로 흔들리는 구조이죠. 같은 속도로 운전할 때 이 흔들림의 크기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얼마나 운전을 잘하느냐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흔들림의 반응이 운전자의 조작과 일치하지 않고 늦게 일어난다는 것이죠. 운전대를 돌려 커브길을 들어가면 차는 원심력에 의해 기울어지는데 이는 운전대를 돌리는 순간 바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늦게 발생합니다.

또 운전대를 바로 펴도 한쪽으로 넘어가 있던 하중은 금방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뒤늦게 따라와서 차를 출렁이게 한 뒤에 평형을 찾죠. 게다가 브레이크나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체의 하중은 앞뒤로 이동하는데 여기에 좌우 핸들링까지 들어가면 360도로 하중이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런 하중의 움직임은 차의 속도가 빠를수록, 핸들링이 급할수록 커지는데 이때 이동하는 하중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한쪽 바퀴에 너무 많은 하중이 실리거나 급격하게 무게중심의 이동이 생겨서 차는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지거나 스핀을 하게 됩니다. 거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탑승자는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고 결론적으로 차도 빨리 달릴 수 없습니다.

급격하거나 많은 양의 하중의 이동을 방지하려면 차의 특성에 따라 커브길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부터 운전대를 조금씩 부드럽게 돌리고 커브길을 다 돌아 나오기 전에 일찍 풀기 시작하는 것이 테크닉입니다.

특히 좌우로 계속되는 커브길이라면 좌우로 움직이는 차체의 무게를 잘 느끼면서 급격한 하중이동이 생기지 않도록 속도와 핸들링 스피드를 맞춰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원리를 터득하고 운전하는 사람의 차를 타면 빨라도 별로 불안하지 않지만 그 반대의 운전자를 만나면 천천히 가도 불안하고 멀미가 나죠. 평소 운전대를 돌리면서 차의 하중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민감하게 느끼려고 노력하면 여러분도 어느새 베테랑 드라이버가 돼 있을 겁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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