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해외시장, 특히 ‘아시아 금융의 블루오션’인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할 계획입니다.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는 물론 장기적으로 이슬람권까지 관심 영역을 넓혀나가려고 합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47·사진)이 해외진출 전략에 재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해외공략을 다시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단계로 ‘베트남 펀드’ 등 금융상품을 내놓은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현지화를 서두르고 있다. 해외진출의 교두보인 베트남에서는 현지 증권사 인수 작업이 마무리 단계이고 중국에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네시아도 진출 시기를 조율 중이며 이슬람권에서는 이슬람채권(수쿠크)을 발행할 계획이다.
국내 다른 증권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정면승부’를 벌이려고 하는 홍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목표와 방향이 다르다”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자산운용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이 분야에서 1등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로 글로벌 성장의 축이 이미 넘어온 마당에 홍콩처럼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 갈 이유가 없다는 것.
그는 같은 맥락에서 “은행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남과 차별화되는 전략이 필요하지 남과 똑같이 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은행이 인수한 증권사가 좋은 실적을 낸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들며 “은행업과 증권업은 유전자와 문화가 다르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외진출 자신감은 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최근 성적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설정액 1조 원이 넘는 주식형펀드 43개 가운데 2년과 3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수익률 1, 2위 펀드는 모두 한투운용이 맡은 펀드들이다. 그는 한투운용이 선두를 달리는 비결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차별화된 시스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투운용에선 리서치 인력과 펀드매니저가 정보를 공유해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산하 펀드의 70%를 이 포트폴리오로 운용하게 했다. 펀드매니저가 바뀐다 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갖춘 것.
김 대표가 해외진출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것은 한국금융지주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2007년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신용연계채권(CLN)에 투자했다가 1670억 원의 손실을 봤지만 이제 그 부실을 대부분 털어냈다. 2009회계연도 2분기에는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자기자본도 1년 만에 다시 2조 원대로 올라서는 등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대표는 한국금융지주의 최대주주(21.3%)이자 한국투자증권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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