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최종현 SK 전회장 유골 수목장 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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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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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시설 만들라” 유언 따라
세종시에 장례문화센터 기증
새로운 장묘문화 선도 기대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사진)의 유골이 곧 수목장(樹木葬)된다고 합니다. 수목장은 시신을 화장(火葬)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장례 방식입니다. 1998년 별세한 최 전 회장의 유골은 지금 경기 화성에 있는 SK그룹 선영에 임시 가묘 형태로 보관돼 있습니다. 유골은 생전에 최 전 회장이 조림에 힘썼던 충북 충주 인등산의 잣나무나 자작나무, 혹은 경기 이천 ‘SKMS(SK경영관리시스템) 연구소’ 인근 밤나무 아래 뿌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최 전 회장은 생전에 “내 시신은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해 장묘 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최근 SK그룹은 500억 원을 들여 장례문화센터를 만들어 세종시에 기증했습니다. 그의 유언이 12년 만에 실현된 셈입니다. 15일 이 장례문화센터를 직접 둘러봤는데 ‘마지막 길을 깨끗이 정리하는 데 화장(火葬)도 괜찮은 방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끔한 시설이었습니다.

SK그룹이 세종시에 기부한 장례문화센터. 센터 내에는 화장 홍보관과 수목장 조림시설이 있다. 최종현 SK 전 회장은 생전에 “내 시신은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해 장묘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사진 제공 SK
SK그룹이 세종시에 기부한 장례문화센터. 센터 내에는 화장 홍보관과 수목장 조림시설이 있다. 최종현 SK 전 회장은 생전에 “내 시신은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해 장묘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사진 제공 SK
최 전 회장이 화장에 눈뜬 것은 1980년 유공을 인수한 후 울산 정유공장을 방문하느라 개인용 헬리콥터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그는 헬리콥터에서 내려다 본 산천의 상당 부분이 묘지로 뒤덮여 있는 데 놀라 ‘땅덩이가 좁은 나라에서 죽을 때마다 무덤을 만들면 국토 효율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부모의 육신을 불에 태워? 천하에 몹쓸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때라 그는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폐암을 앓던 최 전 회장은 부인인 박계희 여사가 임종하자 화장으로 장례하게 했고 1998년 본인이 세상을 떠난 후 아들인 최태원 회장 등 유족은 유언에 따라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습니다. SK 일가는 이외에도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을 화장했고 인척은 아니지만 손길승 전 회장의 어머니도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땅 물 불 바람 네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 육신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보낸다는 의미로 화장을 한다고 합니다. 죽어서 뼛가루가 돼 나무 한 그루를 싹틔울 수 있는 거름이 된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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