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권력이 시장 주도하는 시대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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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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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제안이 제품개발-서비스 유형 결정적 역할… 불황 속 새 트렌드로 부상


○ 크리슈머
고객 단순 모니터링 탈피
제품개발-검증과정 참여

○ 지니테크
소비자 불편사항 분석
상품 개선 아이디어 활용

○ 테크노휴머니즘
감성적인 디자인 접목
첨단 기술력 소비자 배려


불황 속에 더욱 치열해진 경쟁과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이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던 한 해였다. 소비자 의견이 제품 개발과 서비스 유형을 바꾸고 소비자 스스로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경험했던 2009년을 정리해 본다.

○ 럭셔리 셰임…진화하는 소비자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지켜봤던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행위가 미칠 영향과 도덕성까지 생각하는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친환경을 표방한 제품을 사고, 환경보호와 공정무역 등 사회에 장기적으로 ‘공헌’하는 기업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를 ‘(소비자들의) 책임 혁명’으로 정의했다.

동아일보가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의뢰해 국내 소비자 3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75.8%가 “기업의 사회 공헌이나 경영 투명도가 해당 상품 구매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본보 9월 24일자 B3면 참조
‘착한 기업’에 투자-소비자 몰리는 시대

비싸고 화려한 물품을 구입하는 ‘과시형 소비’에 대한 청교도적인 죄의식을 일컫는 일명 ‘럭셔리 셰임(luxury shame)’이 미국 뉴스위크의 주요 기사로 다뤄져 변하는 소비심리를 반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하나를 구입해 다양한 만족을 동시에 누리려는 가치소비형 ‘스마트슈머’, 제품 개발이나 검증 과정에도 관여하는 창조적 소비자를 의미하는 ‘크리슈머’ 등 소비자의 주도적 역할이 부각된 해였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외부환경 변화에 소비자가 불안해하자 기업들은 ‘100% 환불 교환’ 등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대책을 활발히 내놓았고 이는 소비자 권익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기업 및 서비스의 변화

알라딘 요술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소비자의 불편사항을 제품 개선 아이디어로 활용한 ‘지니테크’ 상품도 눈에 띄었다. ‘테크노휴머니즘’ 상품 역시 첨단 기술력은 물론이고 소비자 중심의 아날로그적 디자인과 기능을 접목한 상품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궁지에 몰린 북미권 럭셔리 시장도 소비자 공략에 예외는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잡으려는 럭셔리 브랜드의 노력을 생생히 소개해 눈길을 모았다. 이 보도에 따르면 뉴욕 최고급 백화점 로드 앤드 테일러는 종업원들에게 고객에게 자칫 심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을 못하게 했다. 그 대신 ‘그건 참 탁월한 선택이에요. 다른 색상도 있는데 보여드릴까요?’라는 말로 고객의 마음을 녹이라는 교육을 했다. ‘안 사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콧대 높았던 뉴욕 에르메스 매장은 미국 전역을 뒤져서라도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구해주는 ‘고개 숙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동훈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급자들이 과거 눈에 보이는 부분만을 소비자들에게 맞췄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미리 소비자들을 대신해 파악하는 수준으로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입김은 학계까지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소비심리가 과거 단순한 시장경기를 예측하거나 분석하기 위한 주변 변수가 아닌 새로운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도 “심리 경제학 등 요즘 학계에서도 소비자 심리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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