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식 홀로서기’ 현대차, M&A격랑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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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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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글로벌 車시장 ‘힘든 한 해’… 세계 주요업체 전략싸움 치열
인수합병 대신 독자 생산능력 키우기… ‘공급과잉’ 경계해야


세계 자동차업계가 ‘인수합병(M&A)’의 격랑 속에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가 자력으로 생산능력을 급격히 키우는 도요타식 ‘홀로서기’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위험과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각국 정부의 소비촉진 정책이 줄어들면서 자동차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구조조정을 거친 경쟁 자동차회사들이 재기하면서 오히려 올해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격변기의 글로벌 자동차업계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된 올해 자동차업계에서는 유럽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 6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지분 20%를 사들인 데 이어 폴크스바겐이 7월 포르셰, 이달 스즈키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푸조도 일본 미쓰비시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재편으로 현대·기아차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기아차는 15일부터 두 달간 전체 과장·부장급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경쟁업체 동향과 과제 등을 집중 논의하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14일 열린 해외 법인장 회의에선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지시했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에 대한 경영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M&A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수요 침체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친환경차 개발 경쟁으로 연구개발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자본 제휴나 M&A를 통한 공동개발, 공동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하려는 것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와 일본 도요타가 휘청거리는 틈을 타 단번에 세계 정상으로 도약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 현대차 ‘나홀로’ 전략 배경은

현대차는 세계적 추세인 자본제휴나 M&A를 시도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산능력을 급격히 키우는 이른바 ‘스탠드 얼론(stane alne)’ 전략을 선택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2012년까지 중국, 러시아, 브라질에 공장을 추가 신설해 연간 약 650만 대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2000년대 초반 GM 등이 M&A에 매달릴 때 독자적으로 글로벌 생산능력을 1000만 대까지 키워 세계 1위에 오른 도요타 전략과 닮은꼴이다.

현대차가 홀로서기를 택한 것은 소형차에서 대형차를 모두 아우르는 ‘풀 라인업’ 체제를 이미 구축해 보완 역할을 해줄 만한 해외 업체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M&A나 자본제휴는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은 스즈키 인수를 계기로 강력한 소형차 생산기반과 인도 시장 공략의 발판을 얻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업체들과 달리 현대차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점도 자본제휴 등을 고려하지 않는 요인이다. 올해 3분기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영업이익은 폴크스바겐 2000억 원, 혼다 2000억 원, 도요타 3000억 원 적자 등에 그쳤으나 현대·기아차는 9000억 원에 이르렀다.

○ 글로벌 경쟁업체와 격전 예상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계획이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올해 구조조정을 마치고 회복세에 접어든 것도 현대차에는 부담이다. 도요타는 미국 및 유럽시장 생산능력을 70만 대 줄이고 일본 내 비정규직 6000명을 감원한 끝에 3분기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올 초 구조조정과 감산에 적극 나섰던 닛산과 혼다도 3분기에 각각 6억2000만 달러, 1억4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현대차는 생산량 확대와 함께 장기적으로 마케팅과 연구개발에도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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