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채권-병원 M&A-외국병원 설립 ‘동력 상실’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영리병원 이슈에 묻힌 의료서비스 선진화 정책 어디로
연내 완료계획 6개 과제
일정대로 추진되는 건 ‘0’

의료채권 발행, 병원 인수합병(M&A) 허용 등 정부가 올해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과제 중 일정대로 추진되는 정책은 전무(全無)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화 과제의 핵심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이 유보된 상황에서 다른 과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17일 “지난해부터 발표한 의료 관광 교육 지식컨설팅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가운데 올해 말까지 완료하기로 한 281개 과제 중 230건이 완료됐지만 5월에 발표한 의료 부문 6건은 완료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합의해 올해 끝내기로 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과제는 △의료채권 발행 허용 △경제자유구역 외국의료기관 설립 지원 △영리병원 도입 결정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 △병원 M&A 근거 마련 △의료분쟁조정법 법제화 등이다.

정부는 자기자본과 금융회사의 차입에만 의존하는 병원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이 채권을 발행하여 장기 저리 자금을 확보해 시설투자에 활용하게 하는 의료채권법을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이 대형 병원에만 도움이 돼 의료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는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1년 넘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영리병원 설립을 지원하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은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 등이 발의해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건강보험제도를 해칠 수 있다’는 일각의 반발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법에 외국 영리병원 설치 근거가 마련돼 있고 특별법은 구체적인 절차를 보완하는 것뿐인데 오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7월 말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도 적잖다. 이 개정안은 병원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M&A 및 경영지원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진 최대 걸림돌은 영리병원이었다.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10월 초 국감을 앞두고 배포한 자료에서 “의료채권 발행, 경영지원 사업 및 M&A 허용은 의료기관을 영리 중심의 주식회사형 병원으로 만들기 위한 악(惡)의 3종 세트”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영리병원 이슈에 묻혀 애꿎게 나머지 법안 처리도 진척이 없는 셈이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영리병원 문제에 대해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하라”고 말한 만큼 영리병원 도입은 다소 미루되 다른 의료 선진화 정책은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 하기로 여당과 의견을 모았다”며 “영리병원과 함께 추진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기겠지만 개별 법률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이들 정책이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어 국회에서 원활하게 처리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으면 다른 선진화 과제가 추진되더라도 제 기능을 다하진 못할 것이란 지적도 많다. 비영리법인이 발행한 채권이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병원경영지원사업도 전문 사업자가 진입하지 않는 한 의료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못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리병원 도입 규제가 건강관리서비스 같은 통합적 의료서비스 발전을 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