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50년 ‘간잽이’ 손맛, 국민 입맛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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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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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 안동간고등어 가공업체 가보니

‘전설의 간잽이’ 이동삼씨, 소금 움켜쥐면 정확히 20g
하루 2만마리 100% 손작업

올 수산물 브랜드 대전 대상
“국민 음식 자부심 가득해요”

㈜안동간고등어 이동삼 공장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들이 소금을 치기 위해 다듬은 고등어를 보여주고 있다. 이권효 기자
㈜안동간고등어 이동삼 공장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들이 소금을 치기 위해 다듬은 고등어를 보여주고 있다. 이권효 기자
전국적으로 유명한 ‘안동간고등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근 기자는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경북 안동시 일직면 송리 남안동휴게소 옆에 있는 ㈜안동간고등어를 찾았다.

간고등어 생산업체는 안동지역에 10여 곳, 전국적으로 60여 곳이 있지만 이곳은 간고등어가 재래시장을 벗어나 수산물 브랜드를 달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한 원조다. 1999년 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기 전까지 간고등어는 재래시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침 생일을 맞은 여왕의 생일상에 간고등어가 올라간 것을 계기로 “안동간고등어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 중심에는 안동간고등어의 ‘전설 같은 간잽이’ 이동삼 씨(69)가 있었다. 19세부터 고등어 배를 갈라 간고등어를 만들었던 이 씨는 50년째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

건물 1층에 있는 간고등어 생산 현장은 소독한 장화를 신은 뒤 수십 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살균바람’을 30초가량 쐬면 들어갈 수 있다. 많은 생선을 만지는 현장이어서 비린내와 함께 좀 지저분하지는 않을까 하는 예상은 빗나갔다. 고등어만 없다면 깨끗하게 정돈된 식당 같은 느낌이었다. 제주도 근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부산항을 통해 냉동 운반한 뒤 녹여 배를 갈라 서너 번 씻어내고 소금을 쳐 숙성 저장하면 간고등어로 태어난다.

간고등어 인기가 높아지면서 배를 가르는 기계도 개발됐지만 이곳에서는 100% 손작업을 한다. 소금을 치는 이 씨의 손놀림은 50년 경륜이 그대로 묻어난다. 손에 소금을 움켜쥐면 정확히 20g이다. 공장장인 이 씨는 “소금을 치기 전에 왼손으로 고등어를 잡으면 순간적으로 감이 온다”며 “살이 좀 무른 것, 단단한 것 등 여러 종류이므로 맛도 다르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2만 마리가량의 고등어 배를 가르고 소금을 친다.

깐깐한 제조기법으로 10년 만에 소비자의 신뢰를 듬뿍 받은 덕분에 직원 50여 명의 복지도 좋은 편이다. 자녀 학자금은 기본. 본인이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그동안 20여 명이 회사의 직원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태국 출신으로 4년째 근무하는 다나왓 습삐숙 씨(34)는 매년 회사 지원으로 고향에 다녀오는 데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저축에 힘써 올여름에는 고향에 집을 마련했다. 9년째 근무하는 문재순 생산반장(45·여)은 “이제 ‘국민음식’으로 식탁에 오르는 데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간고등어는 올해 10월 농림수산식품부의 제1회 수산물브랜드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안동간고등어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회사도 최근 대구와 서울에 있던 사무실을 안동으로 옮겼다. 조일호 대표(44)는 “간고등어는 이제 안동의 문화와 정신이 되고 있다”며 “수백 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정성과 맛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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