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3곳의 이색 채용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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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브랜드 '던힐'로 잘 알려진 다국적 담배회사 BAT코리아 인사부 정지윤 이사(31·여) 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5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정 이사가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유명 경영대학원(MBA)출신이거나 화려한 경력 등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받은 2년간의 '특별한 수업' 덕분이다.

BAT코리아는 50일이 넘는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소수의 신입사원을 뽑은 뒤 2년간 집중교육을 거쳐 과장급으로 임명하는 인재육성프로그램인 '매니지먼트 트레이니'를 운영하고 있다. 2년의 교육기간 중 80% 정도를 업무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배우거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투자한다.

이런 인사시스템은 BAT그룹 세계 법인에서 시행되고 있다. 정지윤 이사는 "매니지먼트 트레이니 시절 영국 본사의 프로그램을 한국 실정에 맞게 현지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현장에서 부딪히며 문제해결 능력을 배웠다"고 말했다.

●구직자 무한상상에 맡기는 이력서

외국계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한다. 해마다 공채를 하지 않고 결원이 생길 때마다 사람을 뽑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졸업시기와 맞물리지 않으면 기회조차 잡기 어렵다. 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제대로 가르쳐주는 외국계 기업의 '인재육성정책'은 능력 있는 구직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랑콤, 비오템 등으로 알려진 화장품회사 로레알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국계 기업 선호도 조사에서 매년 선두권을 다툰다.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회사지만 채용에서만큼은 우편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옛 방식을 고수한다. 정해진 형식이나 분량 제한 없이 구직자 마음대로 자신을 알리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제출한다.

로레알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구직자들은 아예 한 권짜리 책을 만들거나 영상물을 제작해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어렵게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 가운데 영어 그룹토론과 1박2일 합숙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10여 명의 인턴이 선발된다. 인턴이라고 단순히 사무보조원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외국계 기업 인턴은 한국 기업 인턴과 무게감이 다르다. 정규직 채용을 전제한 인턴십 기간이기 때문에 로레알 사내(社內)에서는 '인턴이 정직원보다 더 빡빡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턴 개개인이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정신과 전문의까지 대동한 압박면접

신규 채용이 적은 외국계 기업은 지원자별로 오랜 시간 심층 면접을 한다. 외국계 기업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앞서 심층면접을 도입한 회사는 '제약업계 사관학교'로 불리는 한국얀센.

한국얀센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심층면접을 실시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입사원 면접 때면 임원들이 다른 일은 모두 손놓고 일주일을 온통 면접에 매달린다. 정신과 전문의까지 참석한 면접에서는 특히 학력이나 전공보다 기업문화 적응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렇게 뽑은 인재들은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IDP(리더 후보군을 유럽이나 미국의 J&J에 파견하여 훈련하는 프로그램), IRDP(미국의 MBA 출신들을 뽑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 ISE(지사장들의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키워진다. 이런 훈련을 통해 한국얀센 출신들은 얀센 해외법인은 물론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영입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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