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글로벌 인플레 가능성 낮은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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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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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신흥) 국가들을 필두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같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풀어 놓은 엄청난 유동성이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출구전략이 앞당겨질 것이란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조차 최근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정책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한국은 올해 성장률이 소폭이나마 플러스를 낼 전망이지만 선진국들은 올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또 각국의 가동률은 여전히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밑돌고 있고 고용시장도 불안하다.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에 비해 소비 규모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가 늘어도 가동률을 끌어올려 물건을 곧바로 더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작다.

둘째, 선진국의 수요 부진을 신흥 국가의 수요가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았던 것은 신흥 국가들이 늘어난 소득을 충분히 소비하지 않았던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07년 이후 신흥 국가에서 소비가 늘자 비로소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를 보면 신흥 국가의 저축률이 다시 오르고 있다. 정부는 내수 부양에 힘쓰고 있지만 상황이 어려워지자 각 경제주체가 소비보다는 돈을 버는 데 더 열중하고 있다.

셋째, 원자재 시장을 불안하게 할 만큼 달러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국가가 자기네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직전 몇 년간 유지되던 위안화 절상 정책을 철회했고 한국도 환율 하락 방어가 정책의 주된 기조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과 경상수지 적자로 장기적인 달러화 약세는 불가피할 테지만 투기적 수요가 커질 만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긴 어려운 구도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경제는 돈을 많이 풀어 놓은 데 따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거나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빨리 올리거나 적어도 둘 중 하나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경제는 충격을 받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산가격 거품이 커지면 출구전략의 충격도 크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이유들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통제 범위 내에 있을 것이고, 따라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을 짜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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