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온통 ‘무채색’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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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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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색상 은색-검정-회색 선호” 87%왜 무채색인가고급스러운 느낌… 싫증 잘 안나유채색보다 수리하기도 쉬워무채색의 차별화광택-입자감-선명도 천차만별밝기 높여 금속 가까운 질감 내기도

《‘백의민족’이라 그런 걸까? 글로벌 기업 듀폰이 전 세계에서 설문조사를 벌여 6일 발표한 ‘2009 자동차 색상 인기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지역 9곳 중 유일하게 어떤 유채색도 자동차 색으로 5% 이상 선호도를 얻지 못했다.》
○ 신형 쏘나타, 판매 99%가 무채색

차량 외부 색으로 은색·검은색·흰색 등 무채색이 인기가 많은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나 한국은 그 정도가 심하다. 은색(39%), 검은색(29%), 흰색 및 흰색 펄(14%), 회색(5%) 등 한국 소비자들의 무채색 선호도를 합하면 87%가 된다.

파란색의 경우 세계 평균으로는 9%, 북미(12.4%)와 유럽(10.4%), 인도(10.9%), 러시아(15.5%) 등에서는 10% 이상의 선호도를 얻었으나 한국에서는 3%에 불과했다. 빨간색 역시 세계 평균은 8%이고 북미(12%), 멕시코(11%), 러시아(10.8%), 인도(16.1%) 등에서 10% 이상을 차지했지만 한국에서는 4%에 그쳤다. 러시아에서 선호도 18.2%인 녹색은 한국에서 선호도가 1%도 안 된다.

실제 판매 실적을 봐도 이는 더욱 확실해진다. 9∼11월 신형 쏘나타의 색상별 판매 현황을 보면 하이퍼메탈릭(30.4%), 슬릭실버(23.6%), 블랙다이아몬드(21.7%), 화이트크리스털(진주색·16.7%), 다크그레이(3.2%), 순백색(2.8%), 블루블랙(푸른 느낌이 드는 검은색·0.6%) 등 무채색이 무려 99.0%를 차지했다. 나머지 1%는 펄 효과가 들어간 빨간색인 레밍턴레드(0.7%)와 짙은 커피색인 에스프레소(0.3%)다. 준중형차인 ‘뉴SM3’에서도 울트라실버와 백진주색이 11월까지 전체 출고 차량의 79%였다.

비교적 발랄한 색상이 어울리는 경·소형차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경차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9∼10월 색상별 판매량을 보면 맨해튼실버(19.8%) 삿포로화이트(11.7%) 등 무채색이 인기 1, 3위를 각각 차지했다.

○ “무채색은 싫증 안 나고 안전해”

무채색이 잘 팔리는 데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싫증이 잘 나지 않는다는 색상 자체의 특성과 수리가 쉽다는 점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검은색 대형 세단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것 같은 기분을 주며 은색은 때가 잘 타지 않아 세차를 게을리 해도 표시가 잘 나지 않는다.

펄 효과가 들어갔거나 은색일 경우에는 예외지만 무채색 계열은 전반적으로 수리도 쉬운 편이다. 쉽게 유행을 타지 않는 데다 전반적으로 인기가 있기 때문에 중고차로 되팔 때도 유리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안전한 색’이란 얘기다.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적 심리도 작용한다. 캐더린 서비오 GM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 컬러팀장은 “한국 시장은 차량 색상 선택에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이라며 “오렌지색은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북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선호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채색 쏠림’이 워낙 심하다 보니 “한국 시장에는 이렇다 할 유채색 선호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 성향보다는 특정 색상을 지닌 모델의 유행이 색상 선호도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친다는 분석이다. 신형 쏘나타는 블루블랙과 에스프레소 등의 색상을, 뉴SM3는 미드나이트블루와 미네랄베이지 등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하바나그린과 벨기에브라운 등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 은색·회색에도 디자이너들 고민 담뿍

한편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은색·회색이라고 다 똑같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오해”라고 강변한다. 조성우 현대자동차 현대칼라팀장은 신형 쏘나타의 하이퍼메탈릭 색에 대해 “휘도를 높여 금속감에 가까운 질감을 구현했다”며 “짙은 회색이 줄 수 있는 지루한 느낌을 상쇄해 절묘한 차별성을 갖추게 한 색상”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자동차 측은 뉴SM3의 울트라실버 색에 대해 “기존 은색에서 알루미늄 안료가 주는 둔탁한 느낌을 없애고 맑고 담백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며 “차량의 단정한 이미지에 산뜻하고 밝은 느낌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조성우 팀장은 “최근 한국 시장에서도 유색 컬러군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펄 입자감, 광택, 선명도 등 세밀한 부분까지 관심을 갖는 고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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