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올해 성적표… 금융위기로 경제지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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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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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약진 블루칩 주가 상승률 150%
미국 수성 IT SW기업들 체면 유지
중국 저력 철강-석유 회사들 호전
일본 주춤 도요타-소니 적자 전환

‘한국의 선전, 미국의 수성, 중국의 가능성 재확인, 일본·유럽의 패색.’

동아일보 증권팀이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 의뢰해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작년 동기와 비교하고 연초 대비 주가와 시가총액을 평가해 뽑은 업종별 글로벌 기업들의 성적표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일본 기업이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세계적 금융위기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태계 지도를 바꾼 적이 많다. 환율 하락과 소비감소 추세 등 우호적이지 않은 내년도 경제여건 속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려면 끊임없는 자기 혁신으로 한 계단 올라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 1위 자리다툼 치열

미국 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통 강자 자리를 지켰고 한국 기업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부문에서 치고 올라왔다. 그동안 ‘가능성’만 보였던 일부 중국 기업의 좋은 실적이 확인된 반면 일본과 유럽 기업들은 터줏대감 자리를 위협받을 정도로 실적이 나빠졌다.

위기에도 1등을 지킨 것은 주로 미국의 소프트웨어 중심 IT기업들이었다. 구글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 58억31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47억7200만 달러보다 22% 늘었다. 아마존, 오라클, 인텔 등도 수성에 성공했다.

한국 기업은 기존 1위 자리가 흔들린 업종에서 약진했다. 휴대전화 1위인 노키아는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80% 줄면서 순손실을 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은 37% 줄었지만 순이익은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규모인 52억 달러를 거뒀다. 철강 1위인 인도 아르셀로미탈은 영업이익이 99% 줄어 순손실을 냈고 2위인 신일본제철은 올해 13억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4위인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72% 줄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순이익을 유지했고 4분기로 갈수록 전망이 더 밝다.

자동차 1위인 도요타는 영업이익의 적자전환으로 순손실을 봤고 2위인 폴크스바겐도 영업이익이 72% 줄었다. 반면 5위권인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3% 줄었지만 순이익은 67% 늘었다. 중국 기업 중 바오산철강과 페트로차이나, 차이나코스코홀딩스 등도 좋은 실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3일 기준 주요 기업들의 주가와 시가총액을 연초와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LG전자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150%였다.

○ 내년 환율은 중립적, 관건은 소비


많은 전문가는 한국 기업이 올해 거둔 성과를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변수 중에서 환율은 중립적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고 엔화와 유로화는 떨어져 한국 수출기업들은 두 배의 경쟁력 강화효과를 누렸다.

내년에는 이런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은 14% 떨어지는 반면 엔-달러 환율은 1% 정도, 유로-달러 환율은 5%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무엇보다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건 세계 소비경기 회복이다. 글로벌 소비가 살아나면 환율효과를 상쇄하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린 한국 기업이 과실을 따먹을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에서 올해 9%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반도체 점유율은 49%에서 55%로 늘어났다. 하지만 부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의 특성상 소비시장 회복의 과실을 모두 누리기는 어렵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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