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열차에 진땀… 미숙 운전에 식은땀…수도권 승객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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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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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기관사 작동 미숙
연착에 출퇴근 ‘지옥철’
“안전사고 날라” 우려도

철도파업 6일째… 숨 막히는 퇴근길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30일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인천 방향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몰려들어 혼잡을 빚고 있다. 홍진환 기자
철도파업 6일째…
숨 막히는 퇴근길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30일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인천 방향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몰려들어 혼잡을 빚고 있다. 홍진환 기자
30일 철도노조의 파업이 닷새째 계속되면서 국철이 운영되는 수도권 전동차,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대체인력이 투입됐지만 전동차가 5분에서 10여 분씩 지연 운행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은 출퇴근 시간이 평소보다 20∼30분씩 더 걸리고 있다. 열차 운행 지연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린 승객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열차 안에서 진땀을 빼야 했다.

○ 출퇴근 시간 수도권 전동차는 ‘지옥철’

서울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 캠퍼스타운역까지 전철을 이용하는 이아름 씨(28·여)는 30일 “평소보다 30분이나 집에서 일찍 나와 오전 6시 45분경 신도림역에서 부평역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탄 뒤 겨우 지각을 면했다”며 “언제 파업이 끝나 이 고생을 면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열차는 정상적으로 배차됐지만 대체인력 등의 작동 미숙 때문에 상당수 열차가 지연 운행되면서 수도권 주요 역은 평소보다 크게 붐볐다.

낮 시간에도 승객들의 불편은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경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는 승객들이 하염없이 열차를 기다리며 연방 시계만 쳐다봤다. 평소에도 배차간격이 15분 정도로 길었던 천안·신창행, 병점행 열차의 배차 간격은 최대 30분까지 늘어났고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평택시 진위역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던 박호순 씨(63·여)는 “평소에는 아무리 길어도 15분 정도면 열차를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3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차간격도 일정하지 않아 이용객들의 불만을 샀다. 평소 지하철 1호선 하행선은 인천행, 병점행, 천안·신창행이 번갈아가며 운행됐지만 이날은 이런 규칙마저 깨졌다. 오후 2시 반부터 3시 사이에 서울역에는 인천행 열차가 6대 도착했지만 천안·신창행이나 병점행 열차는 오지 않았다.

○ 파업 장기화로 불안감 커져

코레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전동차는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 1848편을 운행했으나 상당수 기관사가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수송 안전실 등에서 근무하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평소 운행하던 노선이 아닌 생소한 노선에 투입되면서 일반 전동차는 2∼3분, 급행 전동차는 5∼7분씩 전동차 도착이 지연됐다. 인천 주안역∼서울 용산역을 이용하는 정해성 씨(46·인천 남구 주안동)는 “대체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전사고라도 생길까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내륙 화물기지인 경기 의왕시 의왕컨테이너기지(의왕ICD)에는 터미널마다 처리되지 못한 컨테이너가 4, 5단 높이로 쌓여 있었다. 수출입 화물을 부산, 전남 광양으로 수송하는 의왕ICD 인근 오봉역 철로 옆에는 미처 수송하지 못한 컨테이너가, 선로에는 시멘트 전용열차와 컨테이너 열차가 늘어서 있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배짱’ 파업 vs ‘맞짱’ 손배소
1999년 법원 ‘배상’ 판결뒤
노조 파업동력 많이 약화


철도노조 파업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파업 닷새째를 넘어가면서 화물뿐 아니라 여객부문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노조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강경모드’를 지탱하는 힘은 연간 100억 원을 넘는 조합비다. 조합원 수만 2만4000여 명에 이르는 철도노조는 매년 조합비 명목으로 기본급의 2%를 공제한다. 이 조합비만 해도 연간 1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자체 건물을 통한 임대사업도 벌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일부 역사 구내식당 직영권까지 갖고 있었다. 총파업을 벌일 때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쟁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조합 재정의 주요 지출원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상급단체 지원과 해고자 지원금 등이다. 과거 불법행위로 해고된 노조원들은 연간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노조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강경투쟁을 이끌어가는 배경이다.

결국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철도노조의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 재정이 투쟁기금이 아닌 순수한 복지기금으로만 쓰이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불법파업 결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꼽힌다. 과거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노조가 1999년 4월 일주일간 파업을 벌이자 서울시가 손배소를 제기했고 이후 법원은 노조에 배상을 하도록 결정했다. 이후 몇 차례 비슷한 결정이 내려지면서 공기업 노조들의 파업동력은 상당히 약화됐다. 앞으로 코레일이 손배소를 제기해 매년 되풀이되는 철도노조 파업의 악순환을 끊을지 주목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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