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이탈 대비 리스크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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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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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쇼크 국내 후폭풍
글로벌 자금경색
경제회복 위축 우려
‘더블 딥’ 논란 재연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선언을 계기로 기업 매각작업이 지연되고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중동 지역의 위기가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퍼지는 ‘두바이 쇼크’의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너무 높은 외국인 비중이 부담

올 한 해 기업 매각은 국내 대기업그룹 구조조정의 핵심 과제였다. 또 주식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시장에서 거래 규모를 건전한 방식으로 늘리는 것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중요 수단이었다. 문제는 국내 기업 매물에 관심을 두거나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수요의 상당수가 외국 자본이라는 점이다. 이들 외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한꺼번에 발을 뺀다면 일부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거나 자산가격의 거품이 급격히 꺼지면서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일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하기 위해 24일 선정한 우선협상대상자 2곳 중 하나인 자베즈파트너스는 중동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 등 중동 자본을 유치할 계획이다. 금호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진정성 있는 투자자에 대한 지원’을 강조해 왔고 중동 자본 유치를 ‘진정성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중동 자본이 두바이월드 사태 이후 유동성 악화를 우려해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 대우건설 매각 계획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을 매각하거나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같은 국유(國有)은행을 민영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외국 자본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부펀드의 자금력이 충분해 진행 중인 투자 계획을 철회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투자수요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리스크 확산경로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증시에선 올해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자본수지 흑자 규모가 249억 달러까지 늘어난 점을 부담스러워한다. 저금리로 달러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해온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코스피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7일 증시에서 외국인은 2000억 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코스피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억7785만 주로 4월과 5월의 7억 주가량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도 움직임이 두드러지면 하락 폭은 커질 수 있다.

○ 기업들 자금 경색 우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두바이 사태는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국내 금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보면서도 사태 추이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두바이 사태가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돼 기업의 자금경색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당국자들은 두바이 사태만으로 국내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진 않지만 두바이 관련 대출과 지급보증이 많은 유럽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한다.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선언이 당장은 일시적 충격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금경색이 ‘중동→유럽 및 미국→신흥국가’로 이어지고 여기에 일부 국가가 시중자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전격적으로 시행한다면 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주요 수출시장이자 건설 투자처였던 중동 지역의 부실이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동과 유럽 지역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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