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열릴 G20행사 상당수 지방에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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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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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에게 듣는다 인터뷰=박원재 경제부장

“정상회의 금융안전망 논의, 위기후 세계경제에 이정표
잔치 잘 치르면 ‘격’ 올라가듯 한국 업그레이드 계기 될 것”
오늘 현판식 열고 본격 활동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한국은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동시에 신흥경제국의 일원이어서 내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양쪽의 견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한국은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동시에 신흥경제국의 일원이어서 내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양쪽의 견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내년에는 한국에서 주요 20개국(G20) 행사가 줄지어 열린다. 분명한 원칙이 있다면 이런 행사의 상당수를 지방에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G20 정상회의에 앞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각종 워킹그룹 회의, 콘퍼런스 등이 연중 개최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G20 의장국의 혜택인 각종 회의를 지방 도시들에 골고루 분산해 한국의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사공 위원장은 “서울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는 세계 경제가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실천과제로 새로운 글로벌 금융안전망(Financial Safety Net)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6월 제4차 정상회의까지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지만 서울 회의에서는 경제위기 이후의 성장 모델이 제시되는 만큼 세계경제 발전사 측면에서도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20일 그가 현재 회장으로 근무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의 회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핵심 의제로 다루려는 이유는….

“이번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글로벌 불균형’이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선 경상수지 흑자가 너무 많은 나라는 흑자 규모를 줄이고, 무역적자가 많으면 적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중소 규모의 나라들은 금융에서 오는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해 경상수지 흑자를 내서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경쟁적으로 쌓고 있다. 일종의 ‘자기보험’인 셈이다. 금융안전망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흑자 규모를 줄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최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한 워킹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앞으로 G20이 선진 7개국(G7)이나 주요 8개국(G8) 모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유엔은 지구촌이라는 동네의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일종의 ‘동민회의’다. 지금까지 G7이나 G8이 지구촌의 ‘유지(有志) 그룹’을 맡아왔는데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경제협력에 관해선 G20이 ‘프리미어 포럼’으로 지정돼 G7이나 G8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1991년 유엔에 가입했다. 불과 20년도 안 돼서 지구촌 유지 그룹에 들어갔고, 거기에서도 좌장(座長)을 맡게 됐다. 그동안 국민이 땀 흘려 쌓은 국력 덕분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로 어떤 경제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까.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의의 비공식 추계 결과를 감안하면 답이 나온다. 20개국 정상과 국제금융기구의 기관장 등 정상급 인사가 35명이고 이들을 수행하는 정책 담당자 3500여 명, 경호원 4000여 명, 취재진 3000여 명 등을 합하면 1만 명 이상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숙식을 하고 취재를 하는 데서 오는 경제적 이득이 상당히 크다. 그러나 이는 가시적인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 우리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분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는 이 대목에서 ‘동네’ 이야기로 돌아갔다.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동네잔치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없는 살림이지만 아이들 옷을 깨끗이 빨고 구멍 난 곳은 기워 입힌다. 또 ‘버르장머리’도 제대로 가르쳐서 손님을 정중히 맞게 한다. 잔치가 끝난 뒤 그 수준을 유지하면 가난한 집이라도 격(格)이 올라간다. 수천 명의 각국 취재진이 한국을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친절하다는 것, 법과 질서를 지킨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준비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사무실을 만들어 현판식을 연다.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의 G20 관련 조직이 그대로 옮겨온다. 국책연구소나 정부 출연 연구소의 인재들을 풀타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외국 정부와의 의견 조율은 물론이고 세계적 싱크탱크와의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제5차 개최지로 확정된 뒤 귀국 비행기 안에서 ‘만세 삼창’을 제안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건 시작일 뿐, 내년 11월 정상회의가 끝난 뒤 정말로 만세 삼창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리=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사공일 위원장은

-1940년 경북 군위 출생
-1964년 서울대 상대 졸업
-196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UCLA) 경제학 박사
-1973∼198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 금융실장, 부원장
-1983년 산업연구원 원장
-1983∼1987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1987∼1988년 재무부 장관
-1989∼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고문
-2007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 강화특별위원장
-2008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2009년 G20 기획조정위원장
-2009년 2월∼현재 한국무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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