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비즈 북스]인간 혼자 스스로 결정? 착각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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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허드 / 마크 얼스 지음·강유리 옮김 / 520쪽·2만9000원·쌤앤파커스

2002년 6월 서울의 세종로 사거리는 온통 붉은색이었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그랬다. 사내들은 물론이고 축구를 싫어하던 젊은 여성까지도 ‘붉은 악마’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초연한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거대한 대중행동의 물결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그 후에도 그런 집단적 대중행동이 표출된 때는 여러 번 있었다. 2009년 5월 대한민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집권 말기 10%대의 지지율로 인기가 바닥이었던 대통령을 애도하는 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따라나선 것일까.

한국만 그런 것일까. 1997년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자동차 사고로 숨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영국 국민의 애도 물결은 세계적 화젯거리였다. 전 세계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긴 해도 말 많은 왕실 생활로 적잖이 언론의 도마에 올랐던 그녀를 왜 사람들은 그토록 잊지 못한 것일까.

이런 대중적 집단행동은 그 집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에겐 당황스러운 일이다. 제정신을 갖춘 보통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꽃을 바치는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다이애나 추모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당시 그란타매거진이란 잡지는 이런 대중적 추모에 동참해야만 하는 사회적 압박을 ‘꽃 파시즘’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대중행동에 관한 책이다.

“인간은 집단에 속해 있을 때만 생존할 수 있는 초사회적 동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본성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대중행동이다. 2002년 월드컵 때 경기장은 물론 거리 곳곳에서 벌어진 집단 응원이 대중행동의 대표적 사례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인간 대중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즈니스에 적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인간은 집단에 속해 있을 때만 생존할 수 있는 초사회적 동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본성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대중행동이다. 2002년 월드컵 때 경기장은 물론 거리 곳곳에서 벌어진 집단 응원이 대중행동의 대표적 사례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인간 대중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즈니스에 적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사회 현장이나 비즈니스 사회에서나 우리를 놀라게 하는 대중적 현상이 있다. ‘언제 저런 게 나왔지?’ 하는 순간 이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유행이 되고 트렌드가 되는 현상들이 있다.

거대 기업의 광고 공세나 배후세력의 조작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구도 계획할 수 없고,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현상인가. 그렇다면 이런 대중행동을 이해하고 나아가 이들을 움직일 전략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런 대중행동의 원동력을 허드(herd)라는 한마디로 제시한다. 집단, 무리라는 뜻의 이 말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성이며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본다.

그동안의 인간 본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잘못되어 있었다. 저자는 ‘그 어떤 인간도 개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자기 의지로 결정하는 자기 결정적 주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믿고 싶은 환상일 뿐이다. 인간은 타인에게 쉽게 영향받는 존재다. 오직 집단에 속해 있을 때에만 생존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초사회적 동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개인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조사는 소용이 없다는 말인가. 저자는 개인을 겨냥한 조사 및 설득 전략이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잘못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일대일 마케팅, 포커스그룹 인터뷰, 시장조사 등의 마케팅 전략이 대부분 인간 본성을 오해하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인간 대중을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서양을 제외한 지역의 사람들은 대부분 전통적으로 인간을 ‘군집 동물’로 간주한다. 동양인들의 관점이 그렇고 아프리카의 ‘우분투’(공공인간애) 사상이 그렇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류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범죄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저자는 집단행동의 원리를 비즈니스에 적용한다. 대중을 움직이는 핵심원칙을 찾아내고 대중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대중 조종’이니 하는 낡은 방식을 버리고, 대중 스스로 다가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위기관리 시스템 24시간 가동하라 ▼

리스크 매니지먼트 / 이재일 김춘경 박휘보 전세현 손영화 지음 / 484쪽·2만5000원·동아일보사


금융업계에서 일했던 저자들이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의 필요성과 노하우 등을 다룬 책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실패하는 이유는 보통 한 가지다. 바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실패다. 실패를 피하려면 잘 훈련된 리스크 매니저들이 필요하며, 수익과 위험을 고려해 균형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이들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이들은 “평상시에 늘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좁은 뜻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경기가 후퇴하거나 침체기로 접어들어 부실여신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위기를 피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지속적 성장’과 ‘유지 가능한 성장’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 철학자 니체에게 배우는 경영 노하우 ▼

경영은 죽었다 / 안드레아스 드로스데크 지음·박규호 옮김 / 322쪽·1만5000원·위즈덤하우스


독일의 기업 컨설턴트인 저자는 경영자에게 ‘사상가’가 되라고 주문한다. 복잡다단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영자에게는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는 뜻에서이다. 그는 니체의 사상에서 경영과 인생에 관한 안목과 통찰을 조목조목 짚어내 책으로 엮었다.

니체는 인간의 주체성을 버리고 무작정 신에 의지하라고 강요하는 교리를 위선이라고 비판한 용기 있는 철학자였다. 이런 용기 있는 태도야말로 오늘날의 경영자에게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영자라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물론 전체 조직의 바람직한 발전을 가로막는 그 어떤 것과의 싸움도 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편한 삶을 살려면 항상 무리 속에 머물러라”, “감행하지 않는 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등 니체의 말을 소개하면서 경영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성공을 위해선 이미 익숙해진 많은 것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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