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녹색성장의 해법? 에디슨 통찰력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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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특집

《혁신적인 기술인 전기자동차가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둘 수 있을까. 자동차도 없고, 석유도 소비하지 않는 100% 청정 도시가 존재할 수 있을까.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기자동차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탄소프리’ 도시 등 다양한 대안이 주목받고 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청정기술(Clean technology)에 거는 기대도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과거 ‘닷컴 버블’에서 경험했듯이 혁신적인 기술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1월호는 ‘청정기술 경제로 도약하는 길(how to jump-start the clean tech economy)’이라는 논문을 통해 청정기술을 활용해 녹색 경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100여 년 전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인 백열전등을 상업화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통찰에 해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5호는 이 글의 전문을 게재했다.

에디슨이 등유 램프가 장악한 시장에서 백열전등이라는 신기술의 상업화에 성공한 비결은 뭘까.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그는 소비자들이 등유를 버리고 전기를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전기 에너지가 혁신적인 기술이긴 하지만 등유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이지 못하다면 소비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발명가들이 전구 개발에만 매달려 있는 동안 에디슨은 발전기, 전기 계량기, 송전선, 변전소 등 전력 운영 시스템을 고안했다. 신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전체 시스템을 고민한 것이다.

당시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항이 작은 필라멘트를 전구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에디슨의 생각은 달랐다. 전등이 보급되려면 등유 램프를 압도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송전선에 쓰이는 값비싼 구리 비용을 줄이려면 높은 전압이 필요했고, 결국 저항이 크더라도 이에 맞는 필라멘트를 채용해야 했다.》

혁신적 기술도 불편하거나 비싸면 소비자가 외면

이스라엘 ‘베터플레이스’
전기차 파격적인 저가에 공급… 언제 어디서든 충전 가능하게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무인 대중교통-태양열 에너지… 인구 4만명 ‘탄소프리’ 도시로


2008년 2월 시작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 건설 프로젝트.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1500개의 청정기술 기업이 들어선 인구 4만 명의 ‘탄소 중립’ 도시 마스다르가 탄생한다. DBR 사진
2008년 2월 시작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 건설 프로젝트.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1500개의 청정기술 기업이 들어선 인구 4만 명의 ‘탄소 중립’ 도시 마스다르가 탄생한다. DBR 사진


에디슨은 혁신적인 기술 보급에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늦은 밤까지 일하는 뉴욕 월가 기업을 대상으로 백열전등을 시범 보급하고, 시장과 고객을 확대했다. 그의 명성을 활용해 당국을 설득하고 사업에 필요한 허가도 받아냈다.

논문은 “오늘날 청정기술을 상업화하는 과정에서도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근본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며 “상업화를 위해서는 △기반조성 기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신중한 시장 채택 전략 △우호적인 정부 정책 등 네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디슨의 통찰력은 새롭게 현실화되고 있다. 2005년 SAP 고위 임원 출신의 샤이 아가시 씨가 설립한 ‘베터플레이스’는 이스라엘에서 전기자동차를 상업화하는 서비스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기차가 운행되려면 1회 충전으로 휘발유 자동차만큼 달릴 수 있는 배터리와 언제든지 쉽게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충전소, 교환소 등의 기반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배터리 기술을 개량하고 전기차의 효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서비스 모델을 개발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휴대전화 기기에 보조금을 주고 통화요금으로 수익을 내듯이 전기차를 휘발유차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차량 가격은 싸지만 전기 공급 가격을 휘발유 가격에 고정시켜, 휘발유 가격과 이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 가격 간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낸다는 복안이다.

베터플레이스는 선도시장으로 이스라엘을 택했다. 운전자의 자동차 주행거리가 짧고, 중동 국가와 대립하면서도 석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동차에 붙는 50%의 관세를 전기차는 10%로 낮추고, 휘발유차는 70%로 올리는 새로운 정책으로 화답했다.

청정기술 투자에 나선 공공 부문에서도 에디슨의 통찰력이 응용되고 있다. 석유 부국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탈(脫)석유시대를 대비한 성장 동력 다각화 전략인 ‘마스다르 전략’이 대표적이다.

아부다비는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모든 에너지를 얻고, 무인 대중교통 시설을 설치해 자동차조차 필요 없는 인구 4만 명 규모의 ‘탄소프리’ 도시 마스다르 시티를 사막 한가운데 건설하고 있다.

이 전략은 단순한 도시 건설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스다르 전략은 도시 개발 사업을 포함해 청정에너지 설비 생산, 청정에너지 산업 투자, 탄소 배출량 감소 솔루션 개발, 청정기술 특성화 대학 설치 등 5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전략의 목표가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5호(2009년 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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