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부동산 불패 신화’에 낀 거품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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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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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무디스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2006년 최고치 대비 41%나 폭락했다. 같은 기간에 주택 가격지수가 30.5% 하락한 것을 보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현재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시가총액은 6조7000억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 상업용 부동산 투자비를 대부분 은행이나 투자은행들의 담보부채권 발행으로 조달했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원금이나 이자 상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부실자산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선 주택 시장의 침체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미국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아 일본식 복합불황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부동산 불패 신화는 1990년대 중반에 끝났다. 높은 월세를 내며 살고 있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제로금리인 돈을 빌려 집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쿄(東京)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부동산 가격이 20년 전 최고가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폭삭 내려앉았다. 부모들이 집을 구입했다가 패가망신하는 험한 꼴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시는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때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사고도 남는다던 일본 부동산 신화는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복합불황의 짙은 그늘 아래 사그라졌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속히 회복되면서 여전히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가는 듯 보인다. 주택가격이 회복되고 건설사들이 부실자산을 회수할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현재로선 긍정적인 면이 많다. 경기회복에 가장 빠르게 기여할 수 있고 고용을 단기간에 창출할 업종으로는 건설업이 으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800조 원 가까운 개인부채 절반이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주택담보부 대출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침체는 금융기관들의 자산 건전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다. 현재 주택가격에도 이미 거품이 끼었다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송도국제도시부터 서울의 뉴타운, 그리고 위례신도시까지 곳곳에 개발 중인 아파트가 공급되는 시점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및 인구감소 시점(2015년)과 맞물려 있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고 탄탄하게 회복되고 있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다만 일본식 복합불황이나 미국 부동산 시장의 참상을 피하고 싶다면 차분하고도 현명한 투자 선택이 절실한 시점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도 언젠가 끝나게 되어 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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