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과 경제자유구역(F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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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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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만 20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무너져 내린 회색빛 시멘트는 세월이 지나서 돌아보니 동과 서를 가른 경계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범세계적인 장벽을 해일처럼 무너뜨린 움직임의 신호탄이었으며, 이른바 본격적인 세계화의 개막이었다.

‘우리는 같은 편’임을 확인해 주면 제공되던 냉전시대 울타리와 보호막은 사라지고 세계는 거대한 자본주의 마켓으로 변했다. 엄청난 자본을 가지고 움직이는 금융과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받기 위해 기업은 물론이고 도시와 국가는 숨막히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 자본은 국경도 없고, 주인도 없다. 그저 투자에 매력적인 규칙과 환경을 갖추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부유해지기도 하고, 가혹한 징벌을 받기도 한다.

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혹독한 구제금융 시기를 겪은 후 외국자본의 위력을 여실히 깨달은 우리 정부는 지난 2003년 인천을 시작으로 총 6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FEZ : Free Economic Zones)으로 지정, 글로벌 금융과 기업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 및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현 정부 들어 ‘투자는 쉽게, 규제는 제로’ 모토하에 가속화되면서 외국투자기업에게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과 함께 다양한 지원금을, 투자를 위한 각종 행정절차는 one-stop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교육 및 의료시설 등 정주환경도 외국인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조성될 예정이다.

이러한 여건하에 유치되는 글로벌 자본은 우리 기업을 살찌울 것이고, 글로벌 기업은 공동 연구 및 마케팅 등을 통해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이미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된 국제 금융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 말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이 6억1,200만 달러에 이르면서, 전년 동기간 대비 84% 이상 증가했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GFEZ)'은 현재까지 24억 달러의 외자 유치 및 외국인 직접 투자 실적을 거뒀다고 한다. '새만금 경제자유역(SGFEZ)'에는 두바이에 있는 것과 같은 7성급 호텔이 비응도에 지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일련의 경제자유구역 성과에도 불구하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하면 아직은 국내 투자 매력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의 평이다. 경쟁국들은 더 많은 규제를 과감히 걷어치우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가혹하고 냉정한 상황에서의 생존(生存)을 위해, 우리 경제자유구역은 보다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 시민들까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인식 또한 글로벌하게 확장되어야 한다.

독일은 이 역사적인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자유의 파티를 개최했다. 과거 장벽이 세워져 있던 자리에서 도미노 1천개가 한꺼번에 쓰러지면서 장벽 붕괴를 재연하는 장관을 연출하고, 도미노가 무너지고 나면 대규모의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이 시점에 ‘자유’가 더불어 제공한 ‘자유경제’의 과제를 다시한번 짚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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