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지형도 바꾼 한국기업 日-대만업체 ‘패자 역습’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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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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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LG 등 경쟁업체 추월… 4분기 이후는 ‘안갯속’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 3분기(7∼9월)에도 지난 2분기(4∼6월)에 이어 ‘깜짝 실적’을 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외 경쟁업체를 앞지르거나 격차를 벌리면서 글로벌 시장 지형을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 위기 속 기록 세운 그룹들

‘연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규모의 제조기업이 한국에서 탄생할까.’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해외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며 새로운 기록에 한걸음 다가섰다. 삼성그룹 내 다른 제조업체들도 실적이 일제히 좋아지면서 새 기록을 달성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국내 기준으로 모두 3분기 순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판매 대수도 역대 최고였다. 현대·기아차의 3분기 세계 시장점유율은 8.2%(현대차 5.5%, 기아차 2.7%)로 처음 8% 선을 넘어섰다.

LG그룹은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10개 상장(上場) 계열사 가운데 6곳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은 분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사상 최대였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007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흑자반전에 성공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705억 원에 그치며 실적이 나빠졌던 포스코는 6개월 만에 영업이익 1조 원대(1조180억 원)를 회복했다. 현대중공업도 조선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해양 플랜트 부문의 수익 호전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 증가했다.

○ 글로벌 지형도 바꿔

올 3분기 자동차 업계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늘린 회사는 현대·기아차와 포드 두 곳에 불과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워즈오토에 따르면 GM, 도요타 등에 이어 5위에 오른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판매 증가율은 29.2%로 포드(6.7%)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가 예상 밖의 큰 적자를 내면서 판매량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판매량을 늘리며 격차를 좁혔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한국 업체의 경쟁자인 대만 난야, 미국 마이크론이 3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일본 엘피다는 3분기에 흑자전환했지만 그 규모는 작은 편이다. 글로벌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경쟁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공정기술 면에서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 4분기 이후 실적 둔화 가능성

“더 얻을 것이 많지 않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발표한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국내 기업의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비중이 65%를 넘어설 정도이지만 일본 대만 기업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으며 환율효과를 더 얻을 수 없어 4분기(10∼12월)부터는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해외 업체의 실적 개선도 눈에 띈다. 철강 업계에서는 세계 1위인 아르셀로미탈이 9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화학업체 듀퐁도 순이익이 예상을 웃돌았다.

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실적도 일제히 좋아져 이른바 ‘패자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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