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대장정 기업환경을 바꾼다]<하>효율적 규제개혁, 선진국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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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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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英, 규제기관 - 절차 줄여 ‘쾌속해결’
美, 연방정부는 정책 수립 - 州정부는 집행권
英, 기관수 감축 ‘행정 간소화’ 국가 목표 달성
네덜란드, 서류 통일… 웹기반으로 비용 절감

네덜란드 기업은 2006년까지 두 종류의 연말 결산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상공회의소에 제출하는 회계 자료와 국세청에 제출하는 세금 납부 자료의 형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7년 이 두 종류의 자료 형식을 통합했다. 또 기업과 정부가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인터넷 정보 교류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서류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네덜란드 정부와 기업은 연간 4억 유로의 행정 비용을 절약했다.

최근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와 속도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규제개혁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과 네덜란드, 미국의 규제개혁 사례를 소개한다.

○ 규제기관 통폐합으로 행정절차 줄여

영국은 각종 규제기관을 통폐합해 규제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규제개혁의 방향을 ‘행정 간소화’와 ‘적절한 규제 시스템 확립’에서 찾았다.

영국 기업들은 △같은 사안인데도 중앙과 지방의 여러 규제기관에 다른 형식의 서류를 제출하는 절차와 △규제기관 난립으로 각 규제기관 간 조율이 어렵다는 점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행정기관을 분야별로 통합해 기업들의 실질적인 규제부담을 줄였다. 예를 들어 ‘낙농 위생국’ ‘계란 시장 조사국’ ‘야생 동물 등록 서비스’ 등으로 분산돼 있던 농축산물 관련 기관을 2006, 2007년 ‘국가 수의(獸醫) 서비스’에 통합했다. 또 ‘환경 식품 농림부 조사서비스’와 ‘원예 시장 조사국’은 ‘농촌지불청’에, ‘와인 표준국’은 ‘식품 표준청’에 각각 통합됐다. 기업들이 과거보다 적은 규제기관을 상대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 전산 시스템 도입과 창구 일원화

네덜란드는 더욱 파격적인 행정 간소화 절차를 도입했다. 네덜란드는 인허가와 관련해 ‘창구 단일화(One-Stop Shop) 방식’을 채택했다. 다양한 기관에 신청하던 인허가 창구를 하나로 통합한 것. 예를 들어 이전까지 주택부와 국토계획부, 환경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각각 받아야 했던 환경관련 허가는 지난해부터는 한 차례만 ‘환경 허가 중앙 데스크’에 신청하는 것으로 절차를 간소화했다.

네덜란드는 또 각종 자료를 입력하고 처리하는 데 정부와 기업이 공통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이를 웹 기반으로 연계하는 정보화 정책을 추진했다. ‘공공기관의 법(규제) 집행 비용’과 ‘법 집행을 위해 기업이 공공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정보 부대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기업에서 입력한 자료가 웹을 통해 바로 정부로 전달돼 자동 집계되는 방식이어서 따로 서류를 작성하는 불편을 줄였다. 이 시스템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순차적으로 구축됐다.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조정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손발’이 맞지 않는 한국의 규제 현실에 비춰볼 때 참고할 만한 사례도 있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 지방정부의 권한이 나뉘어 있는 등 세계적으로도 가장 복잡한 행정체계를 가진 나라다.

미국은 이런 행정적인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규제 연방주의’를 표방해 규제의 난립을 막고 있다. 규제 연방주의란 정책 목표 수립 등 포괄적 권한은 연방정부가 갖고, 정책 집행에 관한 일부 권한은 주정부가 갖도록 역할을 나눈 시스템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방정부가 실정에 맞도록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또 연방정부 각 부처 간의 규제 갈등은 연방예산관리국(OMB)이 조정하도록 해 부처 간 이견(異見) 발생 소지도 줄였다. OMB는 대통령 직속기관인데 모두 예산 배정 권한이 있어 강력한 조정자 역할이 가능하다.

이종한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연구단장은 “한국에서는 정부 부처와 위원회 등 규제 관련 기관이 각기 권한을 행사해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들이 볼 때 ‘시어머니’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와 형식의 보완과 함께 시행할 때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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