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마아파트 안전진단에 술렁이는 강남 재건축… 5곳 수익률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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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은마’ 수익률 10%선… 소문난 잔치 남는것 없을수도
용적률 상향 조정 기대감,현재 시세에 이미 다 반영
은마 102㎡ 부담금 추가땐 주변 시세와 큰 차이없어
소형의무비율 등도 변수, 전문가들 “매입 신중해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4수(修)’ 끝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이후 주춤했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강남권 중층 재건축 아파트의 상징인 은마아파트가 안전진단까지 통과해 본격적인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면 인근 재건축 단지들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안전진단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 일주일 사이 3, 4건이 연달아 거래됐다”며 “가격이 얼마나 오를 것 같으냐는 집주인들과 이제 곧 재건축이 되냐는 매수자들의 기대 섞인 전화가 반반씩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은 연쇄적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변동은 강남 일반 아파트→강북 일반 아파트→수도권 아파트의 경로로 주택시장의 흐름을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은마 효과’가 강남 재건축 시장의 태풍이 될지, 찻잔 속의 미풍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용적률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아파트 가격에 반영된 상태라 기대만큼 수익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은마’에 쏠리는 눈…102m² 수익률 5∼15%

은마아파트의 향배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서울 지역 중층 재건축 단지 2만8000여 채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올해 말이면 지어진 지 30년이 되는 은마아파트는 2003년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세 차례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하나씩 풀기 시작하면서 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태다. 닥스플랜 봉준호 대표는 “은마아파트의 예비안전진단 통과는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J&K 부동산투자연구소와 현도컨설팅 등 재건축 컨설팅 전문업체에 의뢰해 은마아파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강동구 고덕주공 3단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 등 서울 강남권의 5개 대표 재건축 단지를 분석한 결과 총투자금액이 인근 아파트 시세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부터 단지별로 최소 2억 원에서 최대 5억 원까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재건축 완공 후 예상되는 기대가격이 이미 현재 시세에 반영돼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은마아파트 102m²(30평형)의 경우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해 현행 기준 용적률인 210%보다 높은 250%의 용적률을 가정해도 수익률은 5∼15%인 것으로 나타났다. 171m²(52평형)로 늘려 받는다 해도 추가부담금(10억 원)을 합해 총투자금액이 21억 원이고 인근 같은 평형 시세는 22억1000만 원 선으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J&K 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법정상한용적률 300%를 다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해도 임대주택 비율을 빼면 수익률이 10% 내외여서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다른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반면 5개 단지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개포주공 1단지는 최고 수익률이 9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포주공 1단지 43m²의 경우 용적률 220%를 적용하면 82m²(25평형)를 받았을 때 수익률이 91%에 이르렀다. 138m²(42평형)와 171m²(52평형)를 받는다 해도 각각 25%, 1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조정을 받지 못해 기존 평균 용적률인 177%를 적용받으면 수익률은 5∼19%로 떨어진다.

수익률이 가장 낮게 나타난 곳은 고덕주공 3단지였다. 고덕주공 3단지는 용적률을 220%로 잡았을 때 매매가와 추가부담금을 합한 투자금액이 3억4000만∼11억3000만 원 선이고 인근 아파트 시세는 3억5000만∼11억5000만 원 선이어서 둘 간의 차이가 1000만∼2000만 원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덕주공 3단지 조합 측은 "인근에서 분양하는 고덕아이파크 가장 작은 평형인 59㎡가 6억 원을 넘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시세 상승에 따라 수익률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소형의무비율,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까지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가격이 오를 여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실수요가 아니라면 매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수익률 어떻게 계산했나
매입가 - 추가부담금 합해 인근 시세와 비교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 5곳의 수익률은 해당 아파트 구입금액과 추가부담금을 합한 총투자금액에 재건축 후 조합원이 받게 될 아파트와 비슷한 크기의 인근 아파트 시세를 비교해 계산했다.

용적률은 현재 재건축정비기본계획에 명시된 용적률보다 다소 높아질 경우를 가정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재건축 아파트의 법정상한용적률을 1종 일반주거지역은 200%, 2종은 250%, 3종은 300%로 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이보다 50%포인트씩 낮춰 적용해왔지만, 최근 정부가 각 지자체에 명시적 근거 없이 재건축 용적률을 법정상한선보다 낮추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추가부담금은 인근의 아파트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한 예상분양가에서 대지 지분과 향후 일반분양으로 조합원에게 돌아갈 이익 등을 합한 예상권리가액을 뺀 금액이다. 금융비용과 각종 세금, 초과이익환수금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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