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만 편식하면 발전 한계”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에플랜드 TI부사장-후터 동부하이텍 부사장 한국에 쓴소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테일러 에플랜드 부사장(오른쪽)과 TI 출신으로 지난해 동부하이텍에 영입된 루 후터 부사장이 1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만났다. 이들은 아날로그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제공 동부하이텍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테일러 에플랜드 부사장(오른쪽)과 TI 출신으로 지난해 동부하이텍에 영입된 루 후터 부사장이 1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만났다. 이들은 아날로그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제공 동부하이텍
“한국은 물건 만드는 기술이 아주 뛰어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삼성, LG 등의 전자제품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아날로그 반도체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만난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테일러 에플랜드 부사장(55)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 시장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국제반도체대전(i-SEDEX)의 마지막 날 행사인 ‘아날로그 반도체 리더스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TI는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지난해 11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반도체업계 3위에 올랐다. 행사 후 그는 동부하이텍의 루 후터 부사장(55)을 만나 한국의 반도체 시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후터 부사장은 20년간 TI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후 지난해 동부하이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20년간 TI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였지만 지금은 미국과 한국의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고 있다.

에플랜드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부동의 1위(점유율 약 57%)이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75∼80%를 차지하는 비(非)메모리 분야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필요한 고성능 디지털 기기가 많아지면서 2010년 약 26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후터 부사장은 국내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것을 문화적 관점으로 해석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개발은 대체로 최고경영자의 개발 지시에 의존하는 형태로 위계질서가 잡힌 한국 상황에 맞는 반면 아날로그 반도체는 자유분방한 개발자가 각자 만드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노키아 휴대전화의 경우 50개 반도체 칩 중 40개가 아날로그 반도체칩”이라며 “앞으로는 휴대전화 같이 엔터테인먼트와 연계한 디지털 제품에 아날로그 반도체가 집중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인재 육성’을 꼽았다. 에플랜드 부사장은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침체된 것은 숙련된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대학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해외 유명 인재를 영입해 젊은 ‘코리안’ 인재들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TI의 경우 최고 기술임원이 3년간 후배를 양성하는 사내 멘터링 제도인 ‘디자인 엔지니어 어프렌티스’가 있어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아날로그 반도체

빛 소리 압력 온도 등의 아날로그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하는 디지털 신호로 바꾸거나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며 시장성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커서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