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크리스마스 특수’ 가물가물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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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줄고 운임마저 하락,내년 상반기에나 회복 기대

산타클로스는 올해도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지 않는 것일까. 해운업계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어간 지 한 달가량 지났지만 매기가 없어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크리스마스 특수(特需)를 노린 상품 물량이 늘어나는 9, 10월이 이른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이때 운송을 시작해야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출 수 있다. 이에 따라 통상 매년 9, 10월이 되면 해운업계 물량이 급증하곤 했지만 올해 사정은 썩 좋지 않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선물보따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아 해운업계는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금융위기 여파, 아직도…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올해 컨테이너, 벌크, 탱커 등 전 선종의 물량이 급감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대한해운 등 국내 해운업계 ‘빅4’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2000억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해운업계에선 크리스마스 특수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량이 적은 데다 운임마저 떨어진 탓이다.

컨테이너선은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는 대표적인 선종이지만 컨테이너 운임 시황을 알려주는 ‘HR용선지수’는 9월 마지막 주 339로 올 들어 최저치로 추락했다. 벌크선 운임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6월경 4,000을 반짝 돌파했지만 9월에는 2,220으로 주저앉았다. 두 지수가 낮다는 것은 해운회사들이 받는 운임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컨테이너선 물량이 전체의 80%에 이르는 한진해운 관계자는 “3분기(7∼9월) 들어 물동량이 늘고 있지만 금융위기 전과 비교하면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황”이라며 “공급도 늘어나면서 운임이 떨어져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벌크선이 주력인 STX팬오션 역시 “BDI 지수가 2,000 선이면 적자는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면서도 “사상 최악을 기록한 지난해 말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아직은 어려운 시기”라고 했다.

○ 봄은 언제쯤

컨테이너 매각, 직원 구조조정 등 혹독한 자구책을 마련하며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해운업계에선 금융위기 여파가 사라지는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한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던 물량이 여름 이후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며 “내년에 미국 경기가 회복하고, 상하이 엑스포 등의 영향으로 중국 내수 물량이 늘어나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물량과 운임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세계 3위의 컨테이너선사인 프랑스 CMA CGM 그룹이 최근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 검토에 착수한 것도 국내 해운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CMA CGM으로 향하던 물량 중 일부가 다른 업체들로 분산되고, 운임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의 효과는 없겠지만 국내 해운업계의 성수기가 앞당겨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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