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형마트’ 탈출구 어디에…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7분


코멘트
신규점포 줄며 매출 제자리… 온라인 쇼핑의 도전… 새 동력 SSM 진출 난항…
온라인 매장 경쟁력 강화
PB 고급화-편의점 진출 등 틈새시장 발굴 적극 나서

국내 대형마트들이 성장의 위기를 맞고 있다. 9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9월보다 8.5∼31.6% 성장하며 올 들어 최고치였으나 대형마트들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문을 연 신규 점포를 제외한 9월 매출 신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이마트 ―3.1%, 홈플러스 0.9%, 롯데마트 ―2%로 저조하다.

1993년 이마트가 서울 도봉구 창동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 시대를 연 뒤 업계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로 승승장구해 왔다. 2006년 월마트와 까르푸 등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계 유통업체를 떠나보낼 때까지만 해도…. 지금 국내 대형마트는 어떤 문제에 봉착한 걸까.

○ 온라인 쇼핑몰로 눈 돌리는 소비자들

그동안 국내 대형마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저가(低價) 정책이었다. 그러나 유통환경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인터넷과 친숙한 소비자들은 상품과 점포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춘 까다로운 쇼핑객으로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hybrid·잡종) 소비자’ ‘여러 유통 채널을 넘나드는 소비자(channel-hoppers)’ 등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몰이 대형마트만큼이나 가격 경쟁력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식료품을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매해 집에 쟁여놓는 게 낭비라는 생각으로 가까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도 자주 찾게 됐다. 이 때문에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올해 유통업태별 매출 신장률을 대형마트는 6.1%(지난해엔 10.4%)로 낮게 잡은 데 비해 편의점은 14.3%, 온라인 쇼핑몰은 11%로 높게 전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채널의 판매 품목이 백화점보다는 대형마트와 겹쳐 대형마트가 고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대기업 슈퍼마켓(SSM)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SSM은 지역 상인들의 반발과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9월 말 현재 지역 상인들이 중소기업청에 제출한 SSM 사업조정 건수는 65건에 달한다.

신규 대형마트 설립으로 견인했던 외형적 성장도 전국에 매장이 많아지고, 신규 입점이 어려워지면서 멈칫하고 있다. 국내 ‘빅3’ 대형마트는 지난해 24곳에 신규점포를 냈지만 올해는 9곳밖에 내지 못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03년 ‘카드대란’ 때는 소득 하위 계층의 소비가 줄었지만 이번 금융위기로는 중산층이 타격을 입어 생필품 구성이 높은 대형마트 매출이 부진하다”고 말했다.

○ 편의점, 온라인쇼핑몰과 자체 브랜드 강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매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월마트닷컴’이란 온라인몰을 열고 가정용품과 의류 등 100만 가지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대형마트들의 온라인몰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미미하다. 롯데마트는 65개 점포 중 서울 등 수도권의 18개 점포에서만 롯데마트몰을 통한 배송을 한다. 그동안 외형 성장에 치중하느라 온라인몰 강화는 뒷전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695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마트몰은 지난달 대대적 리뉴얼 작업을 하고 G마켓과의 제휴도 늘리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상품 경쟁력이 살 길이라며 PB제품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그간 대형마트의 PB제품은 값은 싸지만 품질이 낮다는 불만이 있었다. 롯데마트는 6일 자사 PB상품을 정비한다는 전략을 밝힐 계획이다. 대기업 브랜드보다 비싸더라도 가치 있는 ‘롯데마트’표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도 이달 중 재정비한 자체 브랜드(PL)를 내놓는다.

홈플러스는 여행과 금융상품 등 기존 유통영역의 상품을 뛰어넘는 ‘신 유통 서비스’ 판매를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롯데쇼핑은 신(新)유통을 강조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관심 속에 지난달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최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