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한국증시 상장 티켓 끊어주오”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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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 3개 불과하던 상장 기업수 내년 20여개로
中 기업 일변도서 최근 美-英-日 기업으로 다변화
“비용 싸고 절차 빠르고 위기에 강해” 매력 꼽아

외국기업들이 한국 증시로 몰려오고 있다.

2007년 이후 연간 2, 3개에 불과하던 상장 외국기업 수가 올해는 최대 7개, 내년에는 무려 2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전부였던 종전과 달리 최근에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이 잇달아 한국 증시를 찾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 투명해진 데다 주요 산업에서 우수한 기업이 많아 한국 증시가 선진자본시장으로 평가받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회복되는 등 위기에 강한 반면 상장 비용은 싸다는 것도 장점이다.


○ 대우증권, 미-영-일-중 다국적 상장 추진

외국기업이 ‘한국행(行) 티켓’을 가장 많이 끊는 곳은 대우증권. 대우증권은 신약인증 대행업체인 ‘이미지 솔루션’ 등 미국 기업 2개, 영국의 소프트웨어업체인 ‘엠비즈 글로벌’, 소형 증권사 등 일본 기업 2개, 중국 기업 4개 등 총 9개 기업과 기업공개(IPO) 주간사회사 계약을 했다.

대우증권은 이들 기업의 내년 상장을 목표로 실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총공모 규모는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임기영 사장은 “한때 한국 기업이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해 선진증시에서 거래되는 것을 ‘좋은 기업’의 지표로 삼았다면 이제는 거꾸로 외국기업들이 ‘한국 증시에서 거래된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게 됐다”며 “외국기업이 한국 금융회사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금융 수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미국 리조트업체인 ‘괌앤드괌’, 중국 통신전자 부품업체인 ‘홍림과기’와 주간사회사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도 올해 말 또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중국 기업에 대한 IPO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등 동남아 기업 가운데 한국 증시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많다”며 “앞으로 한국 증시의 다국적화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이후 채권발행 등 ‘애프터 마켓’을 활용하는 외국기업들도 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한국 증시의 선진수준 도약 증거

외국기업들이 한국행을 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한국 증시가 그만큼 ‘선진증시’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박성래 코스닥상장총괄 팀장은 “외국에 기업설명회(IR)를 다녀보면 한국 증시가 위기에서 빨리 회복한 데 크게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대우증권 정태영 상무는 “과거와 달리 한국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다른 시장보다 높게 나오면서 상장 매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상장 절차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소하고 상장비용이 저렴한 것도 한몫한다. 실제로 한 기업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상장하려면 상장 수수료와 연간 상장 유지비를 합쳐 13만 달러(약 1억5470만 원·6만 주 상장 기준)나 든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한국 증시에서는 130여만 원에 불과하다.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 증가는 당연하고 바람직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증권사의 IPO 담당자들은 “외국기업 IPO를 위해 실사를 하다가 상장요건에 미달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작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 상장 이후 IR에 적극 나서지 않는 기업도 있다.

박성래 팀장은 “투자자들은 외국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나와 있는 지배구조와 실적 현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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