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대형주 뒤엔 외국인 있다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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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들어 대형주지수 8.9% 급등
“당분간 외국인 따라사면 안전”

최근 증시 상승세의 가장 큰 특징은 종목 간의 주가 차별화다. 오르는 종목은 계속 오르고 처지는 종목은 아무리 지수가 올라도 계속 소외되고 있다. 요즘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다시 말해 ‘잘나가는’ 종목엔 대형주가 많다. 자금 여력상 중소형주를 많이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지수는 오르는데 왜 내 주식은 안 오르지?”라며 한숨짓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형주, 최근 더 빨리 내달려

대형주 장세는 9월 들어 더 견고해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형주 지수는 이달 들어 22일까지 8.9%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중형주는 3.3%, 소형주는 2.1%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22일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대부분의 대형주가 3% 이상 급등하면서 코스피 1,700 돌파의 일등공신이 됐다. 최근 일정기간의 상승종목수를 하락종목수로 나눠 계산하는 종목 등락비율도 16일 현재 대형주가 122.5%로 중형주(93.0%)와 소형주(91.8%)를 압도했다. 대형주의 상승이 코스피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펀드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그대로 나타난다. 제로인에 따르면 22일 현재 중소형 주식펀드의 1개월 및 3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3.7%, 10.5%에 그쳤다. 하지만 대형주가 많이 편입된 설정액 5000억 원 이상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7.2%, 21.5%로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의 두 배 수준이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한동안은 비슷했다. 그만큼 두 유형 간 수익률 격차가 최근에 벌어졌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외국인 움직임을 주시해야

연초만 해도 시장의 주도주는 중소형주였다. 대기업들이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주가가 휘청거리는 사이 몸집이 작으면서도 각종 테마성 재료에 높은 수익률을 내는 작은 기업들의 주식이 시장에선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여름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걷히고 실적 장세에 돌입하면서 대형주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시장을 이끄는 게 대형주라면 대형주를 이끄는 건 외국인이다. 이는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로 편입됨에 따라 더 가속화되고 있다. 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외국인은 작은 종목 하나하나를 제대로 살피기 어려운 만큼 일단 큰 종목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개인들은 외국인이 사는 종목을 따라 사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주 장세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지나면 매수 요인이 사라지면서 다소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또 대형 주도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주식매수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개인과 기관 사이에 또다시 유망 소형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당분간 개인들은 미국 증시와 외국인 매수 강도, 환율 등을 핵심 변수로 보고 탄력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며 “외국인 매수세에 무조건 편승하는 것은 경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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