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CJ제일제당, 中 랴오청서 환골탈태 선언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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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바이오로 세계시장 제패할 것
더 이상 설탕-밀가루 회사 아니다”
핵산-라이신 점유율 이미 선두권
매년 연구개발비로 1300억 투자
2013년까지 영업익 1조 달성 목표

“20만 배로 확대해야 누에고치 크기만 해지는 이 미생물이 우리가 가진 경쟁력입니다.”

18일 오전 중국 황허(黃河) 강 유역인 산둥(山東) 성 랴오청(聊城) 시에 있는 CJ제일제당 랴오청공장의 이동혁 공장장(상무)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40만 m² 규모의 이 공장에선 옥수수 전분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구수한 냄새로 가득했다. 그린바이오는 미생물이나 식물을 이용해 기능성 신소재와 식품첨가물 등을 만드는 친환경적 산업이다.

공장 관계자들은 컴퓨터 칩을 만들 듯 발효 공법에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이날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바이오 기술을 발판으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 옥수수 밭에 자리 잡은 첨단기술 공장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공장은 드넓은 옥수수 밭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랴오청은 황허가 만든 비옥한 토지에 만들어진 중국의 주요 옥수수 생산기지 중 한 곳이다. 윤덕병 생산부장은 “40만 m²의 면적에서 재배하는 옥수수는 우리 공장의 반나절 사용량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만 한국의 1년 옥수수 수입량(2008년 기준)의 20%가 넘는 200만 t을 해마다 사용한다.

공정은 옥수수 가루에 ‘특수 미생물’을 넣고 적당히 산소와 온도를 공급하는 발효과정과 발효 후 정제과정으로 나뉜다. 미생물이 옥수수의 당분을 먹고 내놓는 것이 맛을 좋게 하는 식품첨가물인 ‘핵산’ 같은 물질이다. 겉으로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온도 조절과 산소 공급량 등 하나하나가 모두 비밀이라고 윤 부장은 소개했다.

거대한 사일로들이 설치된 발효실에 들어서자 열기가 후끈했다. 미생물에 밤낮이 없듯 이 공장도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공장은 전자동 설비여서 한 곳에서 모든 공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 또 인근 연구동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 생산설비의 10만분의 1로 축소된 설비를 통해 연구원들은 생산량이 더 좋은 미생물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또 유전자를 조작하여 최적의 미생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 쓰는 미생물에는 국제특허들이 줄줄이 달려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비로 매년 13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잇따른 신기술 개발과 승전보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이날 랴오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3년까지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며 “ 바이오산업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4년 후에 올해 매출액 5조9000억 원(예상치)의 1.7배로 매출로 올리고 올해 영업이익 3000억 원(예상치)보다 3배가량 많은 1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핵산의 시장점유율은 38%로 세계 1위다. 시장 규모는 5억 달러 안팎. 사료에 섞으면 가축이 잘 자라고 육질이 좋아지는 필수아미노산 라이신(시장규모 20억 달러)은 이 회사와 일본 아지노모도사, 중국의 GBT가 각각 세계시장의 20∼22%를 차지해 글로벌 톱3 경쟁구도다. 몇 년 전만 해도 라이신에서 CJ제일제당은 한 수 아래였다. 김 사장은 “CJ제일제당은 이제 설탕, 밀가루만을 만드는 식품기업이 아니다”면서 첨단 고부가가치 기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랴오청=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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