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직장 만들기]“글로벌 인재, 안에서 길러라”

  •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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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른바 ‘글로벌 인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인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우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빼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출장을 다니거나 해외 지사에 파견돼 현지 사업을 이끄는 모습이다. 20, 30대 젊은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기업에 입사한 경우라면 능통한 외국어 실력과 해외 경영학석사(MBA) 과정 이수 조건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인사전문가로서 과연 국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해외 유학 경험만 있으면 되는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글로벌 인재로 당당히 활약하는 이들을 만나보면 글로벌 인재의 제1조건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개방성과 도전정신이다.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내 기업에서는 MBA 출신 관리직 직원보다는 기술 분야에 몸담아 온 엔지니어들이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이들이 가서 일하는 곳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 대도시보다 새롭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공사현장이 더 많다.

또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해외에서는 전혀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인재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 현지에서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한국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현지에 파견된 인력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은 어학실력도, 경영학 지식도 아니다. 바로 한계에 굴하지 않는 끈기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열정, 불확실한 상황과 비효율적인 현지 관행을 잘 견디는 인내심, 어려운 환경을 오히려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마인드다.

국내 기업들도 앞으로 글로벌 인재를 선택할 때 어학 실력이나 MBA 등과 같은 외형적 조건만 볼 것이 아니라 사막에 혼자 떨어뜨려 놓아도 살아남는 인재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로벌 인재는 바다 건너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 곳곳에서 전력투구하면서 성과를 내는 우수인재 중에 이미 있을지도 모른다.

박혜영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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