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금리인상 대비해 투자전략 바꿀 준비를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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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총재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9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이성태 총재는 “정부의 입장이나 주요 20개국(G20) 회의 결과를 참고하겠지만 정책금리 결정은 한국은행의 몫”이라며 “지금 워낙 낮기 때문에 금리를 조금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라고 밝혔다. 조만간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문제는 주택시장이다. 이 총재도 밝혔듯이 성장과 물가 측면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성장 전망이 상향 조정되곤 있지만 올해 성장률에 대해서는 아직 마이너스 전망이 대세고 수출 역시 회복 속도가 늦다. 게다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치 하단인 2.5%보다 낮다. 각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의 걸림돌이다. 우리가 먼저 금리를 올리면 환율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지고 결국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미국 눈치를 보며 계속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규제 확대 이후 경매 시장을 찾은 사람의 얘기를 들어 보면 최종 낙찰가가 감정평가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금 주택시장의 열기는 개발 호재 등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낮은 실질금리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대출을 받을 때 부담이 작은 동시에 금융기관에 돈을 맡겨 봤자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대출 받아 집을 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도 따지고 보면 2000년대 내내 낮은 수준을 유지한 실질금리가 원인이었다.

실질금리가 낮다는 게 주택시장 거품 형성과 붕괴의 주요 원인이라면 결국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방법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총재가 칼을 빼 든 이유는 타당하고 분명하다. 그런데 이 총재가 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하자 정부에서 다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다”,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이라는 큰 칼보다는 미시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식의 반론이 나오고 있다. 왜일까?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건설 투자는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다. 그래서 정책금리 인상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칼을 뽑은 이상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올릴 때마다 정부가 불편해하고 이 때문에 인상이 상당 기간 중단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제 정책금리를 내리고 유지하던 기조는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낮은 실질금리 아래서 설정했던 투자의 방향을 정책금리 인상 기조에 맞게 점차 바꿔 나가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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