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햅틱’ 핵심기술도 중국에 유출될 뻔했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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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 기술 개발업체 前CEO 등 7명 검거

최근 GM대우자동차 ‘라세티’의 설계 기술이 러시아로 유출된 데 이어 삼성전자 주력 휴대전화 모델인 ‘햅틱’의 풀 터치스크린 기술도 중국으로 빠져나갈 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에는 삼성전자에 이 기술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와 간부들이 연루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는 11일 휴대전화 부품 제조기술을 빼돌려 중국에서 복제품을 생산하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M사 전직 CEO 김모 씨(45), 최모 전 상무(46), 김모 전 이사(46)와 팀장급 4명 등 모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5월 경남 양산의 M사 대표로 영입됐지만 5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업무 불성실’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해고 직후 그는 최 씨 등 M사 직원 6명과 공모해 M사가 개발한 햅틱의 화면 조작방식인 ‘터치스크린패널(TSP)’ 설계도와 핵심기술을 e메일로 빼냈다. 이들이 M사에서 CEO, 상무, 이사, 기술팀장 등 중요 직책을 맡았던 터라 기술을 빼내기는 힘들지 않았다. 김 씨 등은 입사 전에 ‘업무상 알게 된 핵심기술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보안각서를 썼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 씨는 중국 광둥 성 후이저우에 전자회사를 차려 M사와 거의 똑같은 TSP를 생산할 목적이었다.

복제품 생산 위해 설계도 빼돌려

삼성전자의 ‘햅틱’과 ‘옴니아’의 터치스크린에 적용되고 있는 이 기술은 M사가 4년간 148억 원을 들여 2007년 기술개발에 성공한 뒤 삼성전자에 납품하면서 지난해 45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은 올 4월 초 중국에 TSP 제조 회사 및 법인을 차리기 위해 출국하려 했지만 출국 나흘 전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실패했다. 앞서 3월경 M사가 ‘전직 CEO 등이 중국에 TSP 회사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결국 들통 나고 말았다. 이미 공장 임차까지 마치고 M사와 같은 공정 시스템을 갖추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퇴사 전에 기술 설계도 등을 회사에 제출하려고 했지만 시기를 놓쳤다”며 “고의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금만 늦었으면 중국 경쟁 휴대전화 회사로까지 휴대전화 핵심기술이 유출될 뻔했다”고 말했다. M사 측은 “중국에 2, 3공장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김 씨 등의 기술 유출로 유무형의 피해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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