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용품질지수 1위]고객이 최고의 잣대다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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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기업 중 알스톰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재기한 회사다. 알스톰이 프랑스 보르도시(市)에 만든 ‘트램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알스톰은 보르도의 문화유산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도시를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만들어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시내 중앙 5km구간을 전깃줄 없이 달릴 수 있는 친환경 전차 (트램)를 개발했다.

지난 시대가 생산자 중심 시대였다면 인터넷 시대는 고객 중심 시대다. 과거의 품질관리가 규격 적합품의 생산이었다면 오늘날의 품질관리는 규격 적합성은 물론이고 사용 적합성에 대한 높은 품질도 요구한다. 인터넷 장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소비자의 사용후기는 이 같은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일부 유명 블로거의 평가는 이미 시장에 나온 상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바꾸게 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한국표준협회가 발표한 ‘2009년 한국사용품질지수 조사’ 결과에서도 고객들의 눈높이가 생산자나 기술자보다도 훨씬 까다롭다는 점이 드러났다. 올해 조사대상에 대한 전문가 평가점수는 70.71점이었던 반면 소비자 평가점수는 69.21점이다. 이는 설령 공급자가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제품을 만들어 선보였더라도 다양하고 심화된 고객의 기대수준은 만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실례로 세계적인 MP3플레이어로 인기를 얻고있는 애플 ‘아이팟’의 원조는 바로 우리나라의 ‘엠피맨’이었다. 엠피맨은 설계와 기술, 기능에서 모두 완벽했지만 고객을 만족시킬 사용품질에서 뒤져 아이팟에 세계 시장을 넘겨줬다. 이는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라도 제품개발과 생산의 중심에 고객을 두어야만 경쟁사보다 앞선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써보고 평가하는 사용품질이 시장의 대세다. 설계품질, 제조품질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남보다 앞선 독창적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디자인도 중요하다. 가격경쟁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참기름, 고추장, 나물과 밥이 한데 잘 버무려져야 맛좋은 비빔밥이 되듯이 각각의 훌륭한 경쟁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제대로 된 사용품질로 소비자의 꾸준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사용품질 경쟁력 강화를 통해 불황기 극심한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약속받길 기원한다.

최갑홍 한국표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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