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러시아펀드” 투자자 몰린다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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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호전-유가상승 호재… 中-印 자금유출과 대조

국내에서 설정된 신흥국 투자 펀드들이 최근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는? 답은 러시아다.

최근 러시아 펀드로 많은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신흥국가 중 대표 투자국 자리를 지켜온 중국을 제친 것이다. ‘러시아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 자금 유입-수익률 러시아 펀드 우수

1일 우리투자증권이 주요 이머징 지역이나 신흥국가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들의 자금흐름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러시아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총 370억 원으로 다른 신흥국가나 이머징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크게 앞섰다.

조사 기간에 중국과 인도 펀드는 각각 1220억 원과 250억 원의 순유출을 보여 러시아 펀드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 펀드와 인도 펀드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브라질 펀드도 30억 원이 순유출됐다.

한 나라에만 투자를 하지 않고 여러 신흥국가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들도 이 기간에 자금 유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는 720억 원, 인도와 중국에 투자하는 친디아 펀드는 280억 원, 유럽 이머징 펀드는 2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러시아 펀드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러시아 펀드는 최근 4주간 수익률에서 8.3%를 기록해 다른 브릭스 국가나 지역 투자 펀드들보다 앞서 나갔다.

○ 유가 상승, 내수 부양책 등 호재 영향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올해 초만 해도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거론되면서 주요 투자 국가 중 경제상황이 가장 좋지 않게 평가되다가 극적인 회복세를 탄 것이 러시아 펀드의 성적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연구위원은 “러시아 증시는 1월 23일 492의 저점으로 추락했지만 지난달 29일에는 1,066까지 올라 성장세가 가팔랐다”고 말했다.

올해 초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뒤 최근 65∼70달러대로 올라선 국제유가도 큰 보탬이 됐다. 석유와 가스 관련 기업들은 러시아 증시의 시가총액 중 약 5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표급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44.9%), 로스넵트석유(65.8%), 수르구트넵테가즈(49.1%) 등은 연초보다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나대투증권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부터 자동차보조금 정책을 실시했고 2010년까지 은행들의 유동성을 위해 240억 달러를 공급할 계획을 최근 발표한 것도 러시아 펀드의 호재로 꼽았다.

한편 향후 러시아를 포함한 신흥국 투자 펀드 전략과 관련해선 엇갈리는 전망이 나왔다. 조 연구위원은 “7, 8월 연속으로 선진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현상을 보였고 앞으로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 같다”며 “주가가 크게 오른 신흥국에 투자했던 펀드에서 일정 부분 환매하고 신흥국과 선진국의 투자비율을 6 대 4 정도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반해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펀드리서치 팀장은 “하반기에 원자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자원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브라질은 산업구조가 석유와 가스 관련 기업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보다 안정적이라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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