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면 모닝커피 대기… 자동 충전된 車 타고 출근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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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기기-에어컨도 풍력-태양광 발전으로 가동
탄소배출 최소화 ‘녹색 생활’

■ 제주 ‘스마트 그리드’ 착공… 2015년 A 씨의 하루

한국 최초로 만들어지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시범단지가 31일 제주도에서 착공됐다.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현을 위해 조성되는 이 단지는 제주 북동부 구좌읍 일대 6000여 가구에 ‘똑똑한’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지역에서는 실시간 전기요금 정보를 가전제품에 전송해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의 전력사용을 저렴한 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는 스마트 계량기 사용이 일상화된다. 또 전기자동차가 운행될 수 있도록 전기충전소와 배터리 교환소도 설치되고, 가정에서 자동차 전지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도 구축된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을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이어주고 남는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스마트 리뉴어블(Smart Renewable)’ 시스템도 만들어진다. 스마트 그리드 시대를 사는 제주도 A 씨의 하루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의 도움을 받아 그려봤다.

2015년 어느 날 아침, 잠이 깬 A 씨는 식사를 하려고 부엌으로 갔다. 밥은 이미 지어져 있고 커피도 내려져 있다. 밥솥과 커피메이커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5분 간격으로 바뀌는 요금 중에서 가장 싼 시간대의 전력을 이용해 가동됐다. A 씨 집의 가전제품은 일정 수준 이하로 전기요금이 내려가면 작동하는 ‘스마트’ 계량기로 돌아간다.

출근길에 나선 A 씨는 요금이 저렴한 야간시간대를 이용해 충전해 놓은 집 앞 전기자동차에서 충전용 플러그를 뽑고 시동을 걸었다. 한 번 충전으로 제주도를 2바퀴 돌 수 있다. 시간이 없어 미리 충전을 못했을 경우 충전소에서 배터리로 교환할 수도 있다. 물론 요금은 시간대와 충전소에 따라 다르다.

이미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승용차와 택시는 모두 전기자동차로 바뀌었다. 기존 기름 주유소는 전기충전소로 바뀌었고 대부분 집이나 빌딩, 주차장에도 전기충전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낮이 되자 사무실 실내 온도가 약간 높아졌다. 에어컨을 틀어야 하지만 낮 12시∼오후 4시는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시간대다. A 씨가 일하는 호텔은 전력거래소가 제공하는 실시간 전력가격 정보에 따라 자동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각 사무실 냉방기를 자동운전하고 있다. 사무실 온도를 약간 올리면 전력거래소에 자료가 전송돼 환경관련 세제를 감면받고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아 일거양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주도 전력체계의 기본이 되는 전력망은 양방향 전력전송과 고장 시 자동 복구를 가능하게 하고, 각종 첨단 가전기기와 통신하면서 전력수요를 제어하는 수준까지 지능화된다. 전력공급이 일시 중단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각 가정이나 건물에 설치된 전력저장장치 덕분에 ‘정전’이 없다. 2006년 제주도에 일어났던 대규모 정전 사태 같은 일은 이제 없어진다.

전력요금 역시 품질별, 실시간 요금제를 적용해 자신의 전력소비 패턴에 맞는 요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시범단지는 민간이 주도하는 해외 시범단지와 달리 정부가 전체 예산의 절반인 580억 원을 지원하며, 2011년 말까지 인프라(기반시설) 위주의 상세 설계 과정과 2013년 말까지 신전력서비스 위주의 고도화설계 과정을 거쳐 완공된다.

이와 함께 지경부는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달 과제공고와 사업주관기관 선정 절차를 거쳐 12월부터 인프라 구축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내달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로드맵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스마트 그리드

‘지능형 전력망.’ 현재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차세대 에너지 신기술이다. 전기요금을 실시간 확인해 가장 싼 시간대에 전기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가 ‘똑똑한 전력소비’를 하도록 돕는다. 전기자동차에 전기를 충전하거나 공급이 불안정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인프라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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