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과표 100억 넘는 1000곳 최저세율 인상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 대기업 세제혜택 축소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폐지
재계 일각 “투자 줄것” 반발

“감세(減稅)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지난해 8월 28일,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세금을 부담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세금 감면을 축소하겠다.”(8월 24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전현직 재정부 장관이 지난해와 올해 세제개편안의 기업 관련 부분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내용은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정부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가 2009년 세제개편안에서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크게 줄인 것은 대규모 재정지출로 바닥을 드러낸 나라살림의 곳간을 채워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정부는 먼저 설비에 새로 투자하면 투자액의 일부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내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이를 통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稅收)는 2010년과 2011년을 합쳐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 제도를 없애는 이유로 △10대 기업이 공제된 금액의 54%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받는 데다 △1982년 도입된 이후 20년 넘게 유지되면서 기업들이 당연히 받는 보조금으로 여기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 대신 신(新)성장동력 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을 대기업은 20∼25%(중소기업은 30∼35%)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이 각종 혜택을 받더라도 꼭 내야 하는 법인세 최저세율(최저한세율)도 과세표준 100억 원 이상 대기업(약 1000곳)에 한해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이를 계속 낮출 계획이었으나 재정여건이 나빠지면서 2008년 수준인 13∼15%로 환원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정책’의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임시투자세액공제 금액이 1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는 이 제도가 사라지면 내년까지 각각 1조 원 이상 투자할 계획인 광양 후판공장과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매년 수천억 원을 공제받은 뒤 이를 설비투자에 활용해 온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도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내고 “투자가 절실한 시점인 만큼 임투세액공제 폐지를 재고(再考)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또 금융회사의 채권이자 소득에 대해 법인세(14%)를 내년부터 원천징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장 2011년에 받게 될 5조2000억 원의 법인세를 한 해 앞당겨 받게 되면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내년 국채 발행물량을 줄일 수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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