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쓰리엠 노조파업으로 첫 조업중단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5분


32년 무분규 전통, 민노총 가입 후 와르르

1977년 한국 진출 이후 32년간 파업이 없었던 한국쓰리엠이 노조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됐다. 18일 한국쓰리엠에 따르면 임금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여성근로자 처우 개선 등을 놓고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이던 노조가 2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17일부터 전남 나주공장과 경기 화성공장에서 동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으로 주력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용 필름과 방진마스크 생산이 사실상 중단됐다. 세계적인 LCD TV 호황과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사무직, 비노조원 엔지니어 등 대체인력을 긴급 투입해 공장을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생산차질은 불가피하다.

한국쓰리엠은 노조가 없는 ‘노사화합’의 대표적인 회사였다. 회사 측 관계자는 “매년 시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회사가 임금 협상안을 제시해 설명하면 사원들도 이를 수용해왔다”며 “노조가 이번에 제기한 여성 근로자의 경우도 2007년부터 계약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처우 개선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14일 두 공장 직원 850여 명 가운데 600여 명이 노조를 결성했다. 경기불황 여파로 회사 측이 지난해 12월 전체 인력의 5%에 해당하는 60여 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 계기가 됐다. 문제는 노조 결성과 동시에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지부에 가입하면서 노조 측 대표를 회사 직원이 아닌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간부가 맡아 상급단체의 지도와 간섭이 시작된 것.

회사 관계자는 “본래 노사 임금 인상 폭은 14만1625원 선으로 양측이 대체로 합의를 봤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엔지니어 사무직 일반생산직(생산) 단순생산직(포장)별로 나뉘어 있는 호봉체계를 단일화하고 이 과정에 노조 참여를 요구하는 등 경영권에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며 강경하게 나와 난감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3M의 한국 추가 투자 계획에 미칠 악영향이다. 프랭크 리틀 한국지사장은 최근 “(경영권 요구와 관련된 분규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한국 노조가 가장 비합리적이고, 과격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내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 투자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파업으로 인해 장기 투자 계획에 악영항을 끼칠 수 있다”면서 “30년 넘게 잘 지내왔던 노사가 하루아침에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 답답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