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순익 뚝… 고임금 논란 불거지나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1인당 생산성 연봉 반도 안돼
금융권 대졸 초임 日의 1.5배

금융위기 여파로 시중은행의 수익이 크게 떨어지면서 은행원 1인당 생산성이 인건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 고임금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임금이 너무 많다며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 상반기 1인당 평균 순익 1594만원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주요 은행의 직원 8만988명이 올해 상반기 총 1조2906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직원 1인당 평균 순익은 1594만 원이다. 이는 작년 1인당 평균 순익 6385만 원의 4분의 1 수준이며 반기 기준으로는 생산성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1인당 평균 순익은 기업은행이 2731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 외환 신한은행이 2000만 원대였으며, 국민은행은 1500만 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반면 하나은행은 상반기 135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여파로 1313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은행들의 생산성 감소는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이익이 감소한 데다 증시 침체로 펀드판매 수수료가 줄었고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순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 은행의 급여에 복리후생비를 더한 1인당 인건비는 3577만 원으로 1인당 순익의 2배를 웃돌았다. 역으로 말하면 은행원들이 상반기에 급여 등으로 평균 3500만 원 이상을 받고도 절반 수준의 순익도 올리지 못한 셈이다.

○ 금융당국 “임금 깎아 수익성 높여야”

은행원의 생산성이 임금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적정임금 수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임금을 낮춰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 경영진과 노조가 합작해 임금을 너무 높이 올려놓았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은행원들이 고통분담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연체율은 높아지고 수익성은 악화될 텐데 은행들이 심각성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며 “가장 시급한 것이 인건비를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 금융권의 대졸 초임은 3만3514달러로 일본(2만2273달러)보다 50%나 높다. 같은 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보다 42% 낮은 것을 감안하면 한국 금융권 임금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해서도 금융권의 고임금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당국 의도대로 임금 인하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국책은행은 올해 초 신입사원 연봉을 20% 삭감했지만 시중은행에는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노사는 올 3월부터 임금 단체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6개월째 합의점을 못 찾고 있다. 사측은 ‘신입사원 20% 연봉 삭감, 기존 직원 5% 반납, 연차 50% 의무 사용’ 안을 제시한 반면 금융노조는 “노조에만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동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20일 예정된 협상에서도 합의가 안 되면 단체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협상 위임권을 시중은행장들에게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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