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과일 어패류값 20~50% 올랐다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한여름 체감물가 고공행진
정부 지표물가는 안정적
“통계에 소비행태 반영안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주부 윤모 씨(32)는 요즘 시장을 보다 깜짝깜짝 놀란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돼 있다고 발표하지만 주부로서 체감하는 물가는 훨씬 높기 때문이다. 윤 씨는 “1만 원짜리를 들고 나가 서너 가지 찬거리를 사면 동전 몇 개만 남는다”며 “채소와 어패류가 비싸 벌써부터 김장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안정돼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장바구니를 통해 체감하는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로 9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지만 식탁에 거의 매일 오르는 채소와 과일, 어패류의 물가는 20∼50% 오른 것이 많다.

채소류 중 생강은 115.4%, 파 54.7%, 양배추는 47.4% 올랐다. 귤(56.9%)과 바나나(30.9%), 오렌지(19.7%) 등 과일류와 명태(40.5%), 굴(29.7%), 갈치(21.5%) 등 어패류도 가격 상승폭이 크다. 대부분 주부들이 식단을 꾸리기 위해 필요한 품목이다. 식료품 가격도 뛰고 있다. 케첩은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식료품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우유(22.0%), 혼합조미료(21.8%), 커피크림(21.7%), 소시지(20.7%), 설탕(15.4%) 등도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우유와 설탕, 파 등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52개 주요 생필품 물가인 ‘MB 물가지수’도 심상치 않다. 7월 MB 물가지수 가운데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내린 것은 밀가루, 돼지고기, 휘발유, 경유 등 10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보합 또는 상승했다. 특히 배추(19.6%), 식용유(16.4%), 고추장(13.4%) 등은 10% 이상 올랐다.

6월 MB 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5% 이상 오른 품목은 18개로 가격이 내린 품목(9개)의 2배다.

이처럼 지표물가와 체감물가가 따로 움직이는 것은 지난해 상반기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관련 물가도 높았는데 이를 기준으로 올해 물가 상승률을 계산하다 보니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는 기저(基底)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 게다가 올해 유가 하락에 힘입어 휘발유, 경유, 등유 등 각종 석유 기반 제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반면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은 기후 영향을 크게 받는데 올해 여름은 잦은 비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올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소비자물가지수 통계는 품목과 가중치를 5년간 고정시켜 놓아 소비행태, 기술변화 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며 “가중치 조정주기를 줄이는 등 체감물가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물가지수 산정방식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석유제품에 국한된 판매가격 정보 공개시스템을 다른 생필품으로 확대해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를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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