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서비스 업종 진입규제 완화 토론회 사흘째 파행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일부 관련업체들 “생존권 위협” 반발 시위
공정위 “의견 수렴-보완책 마련 기회잃어”

서비스업 진입 규제를 낮춰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미용업 종사자와 안경사 등 영세 사업자들은 생존권 차원의 반발이지만 준(準)독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일부 업종의 반대는 ‘밥그릇 지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비스업 규제 완화를 위해 10일부터 14일까지 11개 업종에 대해 동시다발로 열기로 한 ‘경쟁제한적 진입규제 정비 토론회’가 이익단체들의 반발로 연일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안경업, 이·미용업, 자동차렌털업, 산업재해보험업 등의 이해관계자가 토론회장을 점거하며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12일까지 열기로 했던 8개 업종의 토론회 중 4개 업종이 무산됐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대회의실에서 ‘산재보험 시장의 독점구조 개선’ 토론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회원 50여 명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면서 토론회가 열리지 못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재보험시장의 독점 구조가 깨져 민간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면 보험금 지급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연합회 측에서 토론 진행을 막았다”고 밝혔다. 민동식 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장은 “산재보험 시장에 민간사업자들이 진출하면 대기업의 이윤을 목적으로 재해를 다룰 것”이라며 “경제논리가 아니라 노동자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재보험 시장은 정부에서 위임받은 근로복지공단이 독점하고 있다.

이에 앞서 10일에도 안경사와 이·미용사들이 KDI 대회의실에서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이들 업종의 토론회가 모두 취소됐다. 11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자동차렌털업 관련 진입규제 개선 토론회’도 무산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1년 이상 장기 대여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자동차 리스업의 불합리성을 다룰 예정이었지만 단기 대여업을 하는 렌터카 업체 관계자 50여 명이 몰려와 토론을 막았다.

14일 토론 주제인 △주류 병마개 제조자 지정제를 등록제로 완화 △도매시장법인 및 시장도매인 지정제를 등록제로 완화 △도시가스 사업허가 시 권역지정 폐지 및 배관망 공동이용 확대 등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토론회를 통해 진입규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모두 듣고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의견수렴 기회를 원천적으로 잃어버렸다”며 “시장 구조를 왜곡하는 각종 진입규제를 없애면 사업자 간 경쟁이 일어나 소비자 혜택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