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노인들… 달아오른 부동산 경매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 평균 낙찰가율 87%… 붐비는 경매법정 가보니

4건 중 1건은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
값 많이 올라 대출 투자는 신중해야

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정원의 두 배인 300여 명이 몰려들어 앉을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들과 60대로 보이는 노인들도 연방 부채질을 하며 집행관의 낙찰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삼성청담공원 아파트의 응찰자를 부르는 집행관 목소리에 11명이 우르르 뛰어 나가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초 유찰돼 이날 감정가의 80% 수준인 7억6800만 원에 경매가 다시 시작됐지만 최저가를 훌쩍 뛰어넘어 9억1331만1000원(감정가의 95%)에 낙찰됐다.

몇몇 아파트는 이날 처음 경매에 나오자마자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연립주택 프리마그린빌과 강남구 일원동의 우성7차 아파트는 각각 3억27만 원(107%)과 7억8234만5000원(104%)에 낙찰됐다. 아파트 경매 시세를 보러 왔다는 한 중년 주부는 “강남지역 아파트가 이미 많이 올랐지만 지금 사는 것도 늦지 않을 것 같아 분위기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장마와 휴가철이 겹친 7, 8월은 경매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시장의 비수기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현장답사와 이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주택시장이 회복된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부동산 경매시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지역 경매아파트의 지난달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87.1%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경매로 나온 물건 대비 낙찰되는 물건의 비율도 6월 42%에서 7월 46.6%로 늘었다.

올 초만 해도 강남3구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연달아 유찰되며 최고 시세의 반값으로 떨어졌지만 시장의 열기가 살아나며 요즘에는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법원에서 낙찰된 42건 가운데 9건이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경기 침체로 올 초 감정을 받았던 아파트가 지금 경매 시장에 공급되는 데다 경기 활황을 예상하는 투자 수요가 맞물려 경매시장이 전체 부동산경기보다 앞서 반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긍정적인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는 것도 부동산 경기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7월 주택가격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집값은 0.3% 올라 4월 오름세로 돌아선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전국의 미분양주택도 6월 말 기준으로 14만5585채로 1개월 전과 비교해 6353채(4.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를 숫자로 보여주는 7월 건설업 경기실사지수(BSI)도 7.1포인트 오른 99.3으로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했다.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는 있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규정 부장은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최근 대출 자금으로 단기 투자를 문의하는 사례도 많다”며 “그러나 앞으로 금리가 상승한다는 예상이 많고 집값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만큼 투자 대상의 특성과 상승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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