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만 - 경기 8만채 부족… 인천은 1만5000채 넘쳐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1인가구 느는 곳에 중대형 공급해 미분양 자초
수급상황 따라 용적률 차등화 등 탄력적 정책 필요

그동안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한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는 투기적인 수요가 주원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본보가 31일 입수한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의 보고서 ‘주택수급 지도 구축을 위한 모형 개발’을 보면 이들 지역 대부분이 넘쳐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외부 인구 유입을 목적으로 송도, 청라지구 등 외곽 지역에서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지는 인천은 구도심 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전반적으로 수요에 비해 주택이 초과 공급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공급 위주에서 수요 관리로 주택정책을 바꿔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의 수급 상황을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강남 3구 이유 있는 가격 상승

서울 강남구(1만9881채)와 송파구(1만905채) 서초구(5345채) 등은 모두 수요량이 공급량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전체 대상지 가운데 수요 대비 부족한 주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난 강남구는 주택 구매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지속적인 유입과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2007년 말 기준으로 2만여 채가 부족한 상태에서 고가 주택을 구입할 능력을 갖춘 고소득 계층의 비중이 크고 각종 교육 및 문화 인프라를 누리고자 하는 이주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5∼2007년 서울 25개 구 가운데 인구 증가율이 8∼10%로 두드러지게 높았던 용산, 서초, 송파구 등도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인구가 집중된 용산구는 보통 가구 5만6144가구, 1인 가구 1만8218가구 등 총 7만6125채의 주택 수요가 있지만 주택 재고는 5만여 채에 그쳤다. 여기에 앞으로 예상되는 인구 이동과 재건축 등을 이유로 철거돼 사라지는 집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용산구에 연간 필요한 주택은 모두 7050채로 추정됐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도 26만6200여 채의 주택물량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9만8145채 △경기 8만3358채가 각각 추가 공급돼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 인천은 이미 공급 과잉

반면 인천을 포함해 서울 외곽에 위치한 지역은 대부분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았다. 특히 경기 연천군(2만1111채)과 양주시(1만3650채), 오산시(1만557채) 등은 수요보다 1만 채 이상 공급이 많았다. 인천도 자치구의 대부분이 저수요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인천 전체로는 1만5232채가 공급 과잉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거나 육박하는 지역이고,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징이 있다. 아파트 값도 상대적으로 쌌다. 과수요집중지역의 3.3m²당 매매가가 1678만 원인 데 비해 저수요지역은 565만 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 수급 상황에 맞는 주택정책 절실

그동안 주택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별 수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에 중대형 주택이 주로 공급되고, 지역 주민들의 수요와 맞지 않는 주택이 분양돼 미분양이 넘쳐나는데도 주택보급률은 10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로 고시생 등 1인 가구가 많은 서울 관악구의 경우 1인 가구 수가 전체의 3분의 1인 6만 가구를 넘는데도 전용면적 46m² 이하 주택은 14%에 불과했다. 그 대신 63∼96m² 중대형 주택은 32%, 129m² 이상 대형 주택도 20%나 됐다. 이런 수요에 맞지 않은 공급으로 서울 관악구는 2007년 말 기준으로 여전히 1만4280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총면적의 비율)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것과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별로 수요와 공급 격차가 크지만 주택을 지을 땅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많은 지역은 용적률을 올리는 식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몇만 채를 공급한다는 등의 주먹구구식으로 공급 계획을 세워 수요가 없는 곳에 주택이 공급되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서울 강남에는 사회 초년생 등 소득이 비교적 적은 수요층이 많은데도 고가의 주택만 공급됐고 수요가 없는 서울 외곽 지역에 소형 주택이 집중적으로 지어지는 등 공급 위주의 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이 크다”고 분석했다.

진미윤 주택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마트에서도 어떤 품목이 얼마만큼 부족한지를 파악한 뒤 재고를 채워 넣듯 주택 공급에서도 지역별 수요 파악이 우선이다”라며 “지역별 수급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年 1만채 이상 부족 지역, 1인가구 증가율 年 15%

연간 1만 채 이상의 주택이 추가로 필요한 과수요 집중지역(과수요지역)과 공급량이 수요량을 크게 웃돌아 추가 공급보다는 수요 관리가 시급한 저수요지역은 주택시장 여건도 달랐다.

과수요지역은 1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주를 이루며 연평균 가구 증가율이 5.4%나 됐고, 1인 가구 증가율이 연평균 15.1%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평균 가구원 수는 2.88명으로 4개 등급지역 중 가장 적었다.

반면 저수요지역은 연평균 가구 증가율이 2.6%로 과수요지역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1인 가구 증가율도 9.5%로 큰 차이를 보였다. 주택보급률도 과수요지역은 91.2%였으나 저수요지역은 100%를 넘어서며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았다.

과수요지역과 초과수요지역은 각각 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중이 1.35%, 1.11%로 정상수요지역(2.79%) 저수요지역(2.52%)보다 낮았다. 이는 과수요지역과 초과수요지역이 저소득층의 주택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수요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소형평형 비중이 작았고, 아파트가 전체 주택 재고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많았다. 지어진 지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중도 33%나 됐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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