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비가 매출의 35~41%… 상처뿐인 이통3사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대리점 수수료-단말기 보조금
출혈성 비용 ‘경쟁의 악순환’
이익 줄어 요금 할인은 뒷전

국내 이동통신회사들이 치솟는 마케팅 비용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벌어놓은 이익은 깎아먹는 형국이다. 외형은 커졌지만 이익은 줄어드는 실속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들이 한정된 시장을 놓고 제살 깎는 경쟁을 한 결과다.

LG텔레콤은 31일 2분기(4∼6월)에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900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도 2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5%가량 늘어난 3조67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KT도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외형은 커졌지만 실속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 때문에 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SK텔레콤은 마케팅 비용 지출이 2분기에만 1조2791억 원에 이른다. LG텔레콤도 같은 기간 322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썼는데, KT의 이동통신 마케팅 비용까지 합치면 3사의 마케팅 비용은 총 2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한다. 하지만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 구조는 다르다. 이통사들은 웬만한 대기업 못잖은 매 분기 수백억 원의 광고선전비를 사용하지만 그 비중은 전체 마케팅 비용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급수수료’ ‘모집수수료’ 등의 항목으로 집계되는 영업비용 명세를 보면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 구성을 알 수 있다. 이 수수료는 대리점이 소비자를 특정 요금제에 가입시키면 해당 통화료의 일부를 대리점에 준다거나,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 보조금을 주는 데 쓰인다. ‘출혈성 비용’에 해당하는 단발성 수수료 경쟁이 실적을 악화시키는 셈이다.

이통사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의 악순환’이 멈추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김상돈 LG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초 경쟁사들과 ‘시장 안정화 동참선언’을 하면서 경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3분기(7∼9월)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마케팅 비용 증가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 수준이 비슷한 통화량을 갖고 있는 주요 15개국 가운데 1위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통사들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요금 할인 요구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해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KT가 약 3조2000억 원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고, SK텔레콤도 비슷한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통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요금을 할인할 경우 신규 통신설비에 들어가는 투자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전화 통화를 적게 하는 사용자나 장기 이용고객 등 우리가 지급하는 보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을 위한 요금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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