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처럼 모였다가 바람처럼 흩어진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취업준비생 ‘스폿 스터디’ 시대
인성검사→면접→프레젠테이션
다양한 평가에 맞춤형 취업준비
5~6명 구성… 온라인 통해 모집

지난해 7월 STX팬오션에 입사한 진호정 씨(25·여)는 이른바 ‘스폿(spot) 스터디’로 높은 취업문을 넘었다. 서류부터 최종면접까지 진행된 2∼5월 석 달간 진 씨는 취업 스터디를 잇달아 3개나 거쳤다. 지난해 초 시작한 영어면접 스터디가 첫 번째였다. 이어 4월경 STX그룹이 인적성검사(SCCT) 결과를 발표하던 날 인터넷 취업카페를 통해 ‘STX그룹 1차 면접 대비 스터디’에 가입했다. 같은 처지의 취업준비생 6명이 모여 예상 질문을 뽑아보고, 회사나 해운업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 1차 면접을 무난히 통과한 뒤에는 곧바로 기존 스터디를 해체하고 ‘STX그룹 2차 면접 대비 스터디’를 구성해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들어갔다. 진 씨는 “같은 회사를 목표로 한창 전형 중에 만나는 스폿 스터디는 몰입도나 긴장도가 일반 취업스터디에 비해 훨씬 높다”며 “입사 이후에도 합격한 스터디 멤버들과 가끔씩 만나 사내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 입사 전형별 ‘번개 모임’

최근 입사 경쟁률이 크게 치솟으면서 진 씨처럼 기업별 입사전형에 따라 스터디를 만들어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하는 ‘스폿 스터디’가 새로운 취업 풍속도로 자리 잡았다. 이는 기업들이 △영어면접 △프레젠테이션 △인적성검사 △심층면접 등 다양한 평가방식을 속속 도입하면서 ‘맞춤형’ 입사준비가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4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STX팬오션에 합격한 이정훈 씨(29)는 “프레젠테이션에 대비하려고 해운 전문서적을 읽고 스폿 스터디에서 모의면접까지 진행했다”며 “기업마다 생산품과 업황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실무면접을 겨냥한 맞춤형 스터디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공채에서 STX그룹이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한 4월 15일 인터넷 취업카페인 다음의 ‘취업 뽀개기’에는 인적성검사나 면접 스터디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10개가량 올라왔다. 이어 5월 6일 인적성검사 합격자 발표일에는 8개의 1차 면접 대비 스터디 공고가, 5월 20일 1차 면접 합격자 발표일에는 4개의 2차 면접 대비 스터디 공고가 게시됐다. 입사전형이 진행될수록 합격자 수가 줄면서 10여 개(인적성검사)→8개(1차 면접)→4개(2차 면접)로 스폿 스터디 모집공고도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스폿 스터디는 탈락자를 제외하고 인원을 채우기 위해 종종 스터디끼리 서로 합치기도 한다.

○ ‘스펙’ 보고서 멤버 충원

스폿 스터디는 단계별 합격자 발표 당일에 인터넷 채팅이나 e메일, 휴대전화 등을 통해 즉시 구성되는 게 보통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다음 전형까지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어서 ‘번개 모임’처럼 재빨리 멤버를 모으는 것이 스폿 스터디의 특성”이라고 소개했다.

인원은 대략 5, 6명으로 구성되며 △나이 △출신학교 △토익점수 △학점 등이 담긴 자기소개서를 e메일로 보내 온라인으로 멤버를 모은다. 채용정보업체 커리어의 문지영 과장은 “나이가 많거나 스펙이 딸리면 스폿 스터디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그나마 멤버로 뽑혀도 불성실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퇴출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커리어가 최근 대학생 15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35.8%가 ‘취업스터디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대학가에서 취업스터디가 이미 보편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취업스터디의 새로운 흐름▼

(1)기업별 맞춤형=‘××회사 2차 면접 스터디’ 등 기업명과 입사전형을 내건 ‘스폿 스터디’의 출현

(2)단기간의 ‘번개’ 모임=다음 전형을 1∼2주 앞두고 모였다가 프로젝트 조직처럼 소기의 목적 달성 후 해체

(3)철저한 성과주의=‘스펙’ 기준으로 구성원을 모으며, 불성실하면 즉시 퇴출

자료: 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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