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쟁 끝…친환경이 대세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현대重 ‘에코 밸러스트’船 인도

삼성重은 ‘친환경 선박상’ 수상

현대중공업은 23일 독일 선박회사인 슐테에 7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아스트리드 슐테’호를 인도했다. 이미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설계가 끝났고 1만 TEU급 컨테이너선이 제작된 조선업계 현실에서 이 컨테이너선의 ‘규모’는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배에는 ‘특별한’ 장치가 있다. 밸러스트 탱크(운항하는 선박의 평형을 잡기 위해 바닷물을 채우는 탱크)에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에코 밸러스트’라는 수(水)처리 시설이 적용됐다. 바닷물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세균을 제거하는 장치다.

회사 측은 “밸러스트 탱크를 통해 매년 50억 t가량의 바닷물이 각 대양을 이동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해양 생물, 바이러스 등이 널리 퍼져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며 “국제해사기구(IMO)는 2012년 인도되는 선박부터 밸러스트의 수처리 시스템 적용을 의무화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2017년부터는 기존 모든 선박도 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에서 ‘규모의 경쟁’이 대세를 이루던 조선업계에 친환경 경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더욱 심해지는 글로벌 환경 규제가 오히려 기회가 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 시장 규모가 2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노르웨이에서 열린 선박전시회 ‘노르시핑’에서 현재 건조 중인 11만 t급 유조선 ‘아문센 스피릿’호로 ‘친환경 선박상’을 수상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롭다는 노르웨이 선급협회의 환경보호 규정을 만족시켰다”며 “휘발성 유기물질의 배출을 크게 줄이고 유해 증기 발생 회수 및 억제시스템을 채택한 최첨단 친환경 선박”이라고 밝혔다. 이 배 역시 현재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선박 해체 시 환경오염 방지 설계 규정’을 규제가 마련되기에 앞서 미리 충족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도 친환경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선미(船尾) 프로펠러 앞부분에 날개를 설치해 에너지 소비를 5%가량 줄인 유조선을 선보였다. STX조선은 지난해 9월 수주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에 ‘운항 중 발생하는 폐기가스의 열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열린 노르시핑 전시회에서도 ‘친환경 선박 개발’이 화두였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산업기술연구소 윤중근 상무는 “최근 조선업계에서 친환경 장치 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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