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美 불황 틈 파고든 한국 자동차”

  • 입력 2009년 6월 22일 15시 54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불황으로 미국, 일본 업체가 주춤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등 한국과 유럽 업체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이 줄줄이 무너지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점에 주목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대에 그쳤으나 최근 7.3%까지 상승하며 닛산과 함께 6위에 올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가 40여년 전 미국에 수출을 처음 시작한 뒤 점차 시장을 잠식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일본 업체의 미미한 시장점유율을 과소평가했지만 현재 4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 등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로 분류되는 기업이 불황 속에서도 수익을 내는 비결을 두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큰 업체'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아서 자동차 시장 전체의 매출 규모가 위축돼도 큰 타격이 없다는 점. 차량 수백만 대를 무리해가며 팔지 않아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황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가 자동차 구입 시 브랜드를 따지기보다 차량 품질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됐다는 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현대차의 선전은 구매자가 실직할 경우 차량을 되사주는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새로운 마케팅을 선보여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도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업체도 현대차의 이 같은 마케팅을 모방하고 있다. 신문은 또 현대차 제네시스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올해 1월 열린 '2009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가 고급화된 것도 한몫했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에드먼즈닷컴'의 제리 토프락 애널리스트는 "작은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며 "이들 업체는 지금을 완벽한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 등 한국, 유럽 업체의 차량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도 성과를 낸 비결이다. 플로리다 주 팜코스트에 거주하는 리 피글리우올로 씨가 대표적 사례. 그는 지난달 자신이 몰던 도요타 솔라라를 팔고 현대 제네시스로 바꿨다. 피글리우올로 씨는 뉴욕타임스에 "몇 년 전만 해도 현대차를 구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친구의 현대 베라크루즈를 타본 뒤 감탄해 제네시스로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네시스에 대해 "내가 운전해본 차 중 최고"라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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