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형 같은 20평형’ 맞춤 설계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단지 전체를 소형으로만 짓기도

■ 건설업계 잰걸음

‘작은 집’을 원하는 주택 소비자가 늘면서 이런 추세에 맞춰 주택을 공급하려는 건설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을 때 가급적 중대형 물량을 늘리려고 했다. 중대형 주택이 소형보다 m²당 공사비가 덜 드는 반면 분양가는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면서 건설사들은 설계 단계부터 소형 아파트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파트 면적은 작게

일부 건설사는 주택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를 반영해 소형주택 비율을 늘리거나 아예 모든 단지의 아파트를 소형으로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GS건설은 앞으로 2년 이내 공급할 예정인 아파트 8000여 채 중 전용면적 60m² 이하 비율을 30%, 60m² 초과∼85m² 이하 비율을 54%까지 늘리기로 했다. 최근 이 건설사가 공급한 8000채 중 두 가지 면적의 비율은 6%, 43%였다.

KCC건설은 이달 말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공급하는 ‘한강신도시 KCC스위첸’ 아파트 1090채를 59m²로 통일했다. 우남건설도 올해 말 김포한강신도시에서 60m² 크기 1540채를 분양한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서 모두 3991채를 분양하는 금광건업과 신명종합건설, 우미건설의 주택 크기도 한결같이 57∼60m²의 소형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택지개발지구 내 85m² 초과 공동주택용지에 짓는 주택크기를 60∼85m²로 줄이도록 검토하라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내려보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의 원인인 중대형 대신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고 싶다는 건설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서는 당초보다 소형 아파트가 791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부 공간은 넓게

건설사들은 면적은 작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췄거나 대형 못지않게 내부가 트인 아파트 등 특화된 소형주택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고소득 전문직이면서 독신이거나 부부만 사는 가구를 겨냥한 고급 소형 아파트 브랜드인 ‘캐슬 루미니’를 올 하반기에 내놓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재택근무 공간이 필요한 직장인들을 위한 작업실, 여가생활을 중요시하는 독신가구를 염두에 둔 고급 욕실 인테리어, 골드미스를 위해 파우더룸을 갖춘 복층구조 등 다섯 가지 특화된 설계를 개발하고 있다.

GS건설은 내부 공간을 모두 네모반듯하게 설계하고 장식 등을 줄여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소형주택을 선보일 계획이다. SK건설은 확장 가능한 발코니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천장도 더 높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1, 2인용 소형 공동주택 설계 공모전을 개최해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있다.

GS건설 주택설계팀의 이용구 과장은 “소형 아파트는 방 구성부터 주민 공동시설까지 소비자들의 요구가 대형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앞으로 아파트 건설사업의 성패는 소형 주택시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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