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인사권 없는 명예직으로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李대통령 취임후 첫 법안 공개서명식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8일 청와대에서 농협법 개정 공포안에 서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농협이 기득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법안 처리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특정 법안에 대해 공개적인 서명식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 오른쪽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왼쪽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李대통령 취임후 첫 법안 공개서명식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8일 청와대에서 농협법 개정 공포안에 서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농협이 기득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법안 처리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특정 법안에 대해 공개적인 서명식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 오른쪽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왼쪽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사회에 인사추천委 신설… 규모 큰 조합엔 전문경영인

권한 집중 제동 걸었지만 금융-경제사업 분리 숙제로

■ 농협법 개정안 공포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최근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 공포안에 대한 서명식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특정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서명식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개정안의 뼈대는 농협중앙회 회장과 조합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다. 농협 비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온 ‘중앙회장과 조합장의 과도한 권력’을 해체함으로써 농협을 조합원과 농민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농협 개혁의 완결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농협의 지배구조를 개편한 것일 뿐 사업구조 개편, 즉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신·경 분리)하는 문제는 아직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직접 농협법 개정 공포안을 챙긴 만큼 신·경 분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지배구조 개편

개정안에 따르면 중앙회장은 4년 임기를 유지하되 연임을 할 수 없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도 총회에서 직접 선출하던 방식을 바꿔 대의원들이 간선제로 뽑는다. 선거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과 비리 논란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중앙회 임원에 대한 인사추천권은 회장의 손을 떠난다. 그 대신 이사회 내부에 인사추천위원회를 신설해 각종 인사를 결정한다. 인사추천위원회 위원도 회장이 아닌 이사회가 선출하도록 해 투명성에 신경을 썼다. 결국 중앙회장은 권한이 대폭 줄어든 명예직이 되는 셈이다.

조합은 농업 경쟁력을 위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자산 규모 2500억 원 이상인 조합의 경영은 조합장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조합장은 조합의 대외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조합의 업무 구역은 현행 읍면 단위에서 시군구로 확대된다. 이는 조합장들의 ‘읍면 단위 유지안’과 정부의 ‘시도 단위 확장안’의 절충점이다. 규모를 키워서 경영 성과를 높여보려는 시도다.

금품 수수가 많았던 조합장의 기부활동도 제한된다. 현재는 선거기간에만 조심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조합장으로 당선된 뒤에도 일정 금액 이상의 축의금, 부의금을 낼 수 없다.

신·경 분리가 남은 반쪽

농협 개혁의 ‘제2라운드’에 해당하는 신·경 분리 개정문제에 대해 농식품부는 5일까지 신·경 분리에 대한 자체 안을 내도록 농협중앙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중앙회 측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마감시간을 넘겼다. 중앙회 측은 농림수산식품부와 학계, 농업계 등의 주요 인사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가 4월 발표한 개혁안에는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쟁점은 농협중앙회의 해체 여부다. 농개위는 ‘농민 중심의 농협’을 꾸리기 위해 권한이 몰린 중앙회를 없애고 회원 조합이 구성한 ‘농협경제연합회’와 ‘상호금융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는 50년 간 축적해온 브랜드 자산이라 바꾸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상호금융 부문을 현재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하는 문제도 이슈다. 농개위는 상호금융연합회를 현재 중앙회 조직으로부터 분리해야 경쟁력 높은 금융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상호금융 사업 분리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은 이를 독립시킬 준비가 턱없이 부족해 힘들다”고 주장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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