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 고용 기업 55% “내달 기간연장 안되면 대량해고”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상의-인크루트 244곳 조사

비(非)정규직 근로자들이 정치권의 오판(誤判)과 정쟁(政爭) 때문에 대량실직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치권이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다음 달부터 기업들은 2년 이상 계약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를 맞은 기업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이들을 해고할 가능성이 크다.

해고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2년인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를 처리해야 할 6월 임시국회는 정쟁에 휘말려 열릴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와 함께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정규직법 개정방향에 대한 업계의견’을 조사한 결과 244개 응답기업 중 55.3%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전원 또는 절반 이상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반면 7월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업은 29.9%에 그쳤다.

또 82.8%의 기업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이 연장되면 사용기간 2년이 끝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계속 고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대량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사용기간의 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6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4월 1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지금까지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되지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6월 임시국회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국회 개원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국회가 열리더라도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대표적 MB악법’으로 꼽으며 결사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내부 의견 차로 아직까지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상황이 급한 만큼 정부의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의견과 법은 바꾸지 말고 시행시기만 4년 늦추자는 방안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與 내일부터 단독상임위 열기로

상황이 급박해지자 한나라당은 5일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9일부터 단독으로 상임위를 열어 비정규직법 등 민생법안 심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만약 야당이 국회 본회의 개최를 거부한다면 적어도 상임위별로 법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해 시급한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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