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도 어닝서프라이즈 예고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코스피 149개 상장사 순익
1분기보다 210.8%나 급증
“환율 착시 걷혀” 바닥론에
“경기 회복 낙관 일러” 지적도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4∼6월) 국내 기업의 실적이 1분기 때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던 1분기 실적이 단순한 ‘고환율 효과’인지, 아니면 실제 글로벌 위기를 국내 기업이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는 증거인지를 가릴 중요한 척도로 인식돼 왔다.

그런 점에서 아직 전망치이긴 하지만, 기업들의 호(好)실적이 기대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물론 1분기 실적에 환율에 따른 착시 우려가 있었던 것처럼 2분기 실적에도 함정은 있다.

워낙 경기가 나빴던 1분기 및 지난해 4분기보다 나아지는 것일 뿐 이익 규모는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또 최근 시장을 떠받치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



○ 1분기에 비해 대폭 개선 전망

2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전 분기와 비교 가능한 149개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분기에 비해 각각 67.3%, 210.8%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별로 보면 가장 큰 관심대상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2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LG전자도 1분기의 당기순손실이 흑자 반전할 것으로 기대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영업이익이 각각 169.8%, 48.1% 증가하고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는 적자 규모가 많이 축소될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봤다. 또 환율 하락의 수혜를 입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 호조세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 나아지는 국면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반기엔 이익 개선속도가 더 빨라져 올 3분기엔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1분기와 비교하면 개선 추세가 뚜렷하게 보이지만, 1년 전에 비해서는 국내 기업의 실적이 여전히 침체 상태다.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209개 코스피 상장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4%, 26.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것도 증권사들이 3월 말에 추정했던 것(영업이익 ―39.2%, 순이익 ―35.7%)보다는 다소 호전된 수치다. 4월 이후 실제 발표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자 국내 증권사들이 2분기 실적 전망치도 그에 따라 줄줄이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 지나친 확대해석은 무리

당초 시장에선 1분기에 한국 기업이 고환율의 축복을 받았다며 환율이 내려가면 실적 개선도 주춤할 것이라는 경고가 많았다. 그러나 3월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300원 이상 내렸지만 오히려 이익 전망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증시도 이를 계기로 ‘주가가 실적보다 너무 많이 올랐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원화가치가 오르고 있지만 엔고(円高) 현상도 지속돼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그리 타격을 입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자동차 IT 기계 화학 등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의 전망이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지난해 초 환율이 900원 선일 때도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좋았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1200원대의 환율도 수출 경쟁력을 크게 갉아먹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1분기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만큼 2분기의 높은 이익증가율에 지나치게 흥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해외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고용 소비가 계속 위축되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회복 속도가 현저하게 약해질 수 있다”며 “현재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하반기 기업 실적 전망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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